테슬라가 주춤한 진짜 이유 — 자동차가 아니라 ‘에너지’였다

테슬라의 최근 분기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 정작 이익률은 뒷걸음쳤다. 흔히 원인을
전기차 가격 경쟁이라 짐작하지만, 숫자를 뜯어보면 범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급성장하던
에너지 사업이다. 테슬라 에너지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한때 39.5%에서
20.4%까지 떨어졌다.1 이 글은 테슬라의 정체를
(1) 실적의 진짜 반전, (2) 자율주행·로봇·반도체·인프라라는 네 관문, (3) 그 뒤의 큰 그림
으로 나눠, 수치의 출처와 함께 살펴본다.

실적의 진짜 반전 — 범인은 에너지였다

태양광 옆에 늘어선 대형 배터리 저장장치 — 에너지 사업
숨은 성장 엔진이던 에너지 저장 사업이 저가 경쟁에 마진을 내줬다.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은 오랫동안 자동차보다 빠르게 크는 ‘숨은 성장 엔진’이었다. 문제는
경쟁이 격해지면서 마진이 급격히 얇아졌다는 점이다. 세계 에너지저장 시스템 시장에서 비야디(BYD)
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테슬라는 2위로 밀렸다.2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가
배터리·저장장치 가격을 끌어내리자, 매출은 늘어도 이익률은 깎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자동차 마진이
아니라 에너지 마진이 전체 수익성을 눌렀다는 뜻이다. 에너지 저장은 한때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크던 부문이라, 이곳의 마진 훼손은 전체 이익률에 곧바로 반영됐다. 여기에 관세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매출 자체는 사상 최고였다. 전기차 판매와
에너지 저장 물량이 함께 늘어난 결과다. 즉 ‘덩치’는 커졌는데 ‘남는 돈의 비율’은 줄어든,
성장과 수익성이 엇갈린 분기였다. 같은 저가 공세의 파장은
중국 전기차의 확산에서도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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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 ① 디바이스 — 자율주행을 막는 ‘규제의 벽’

테슬라의 진짜 자산은 자동차가 아니라 데이터를 모으는 디바이스다. 누적 생산 차량은
2026년 1,000만 대를 넘겼고,3 이 차들이 주행 데이터를
쌓아 자율주행(FSD)을 코앞까지 끌어왔다. 다음 수집 장치가 무인 로보택시다.

그런데 여기서 규제의 벽이 걸린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사람이 짠 규칙 대신
엔드투엔드 AI가 시각 정보로 직접 판단한다. 운전은 잘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이 차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규제 당국에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국조차 연방 차원의 일괄
허용이 아니라 주(州) 단위로 하나씩 벽을 넘어야 한다. 네바다·텍사스처럼 우호적인
지역은 열려 있지만, 경쟁사 웨이모가 무인 서비스를 굴리는 도시들6
달리 테슬라는 확산 속도가 더딘 상태다. 무인 전용으로 설계한 사이버캡을 이미 찍어내고 있어도,
운행은 규제에 묶여 제한적이다. 무인 전용으로 설계한 사이버캡은 2열 좌석과 운전대·페달 같은 요소를
덜어내고 플라스틱 성형으로 단가를 낮춰 대량 생산에 맞췄다. 이미 수백 대가 야적장에 쌓여 있어도
실제 무인 운행은 소수에 그친다. 결국 “인간보다 사고율이 낮다”는 통계로 규제를 설득하는 방식이라,
주 단위 돌파에는 시간이 걸린다.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한때 워싱턴과 가까웠다가 관계가 틀어진 것도,
연방 차원의 일괄 허용이 무산된 배경으로 꼽힌다.

관문 ② 로봇 — ‘인류사 가장 어려운 공급망’

작은 물건을 조심스럽게 쥐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 — 옵티머스의 난제
걷기는 풀렸다. 남은 벽은 사람 수준의 ‘손’이다.

두 번째 디바이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테슬라는 연 5,000대, 이어 만 대
생산을 공언했지만 실제 양산은 그에 못 미쳤다. 일론 머스크 스스로 이를 “인류사 가장 어려운
공급망 구축”
이라 표현했고, 로봇용 부품은 “기존 공급망이 아예 없다”고 했다.4
2026년 목표는 5만~15만 대 수준으로 제시됐고 2030년에는 수천만 대라는 장기 목표까지 내걸었지만,
관건은 수량이 아니라 완성도다.

가장 큰 병목은 뜻밖에도 이다. 보행은 이미 여러 로봇이 해결했지만, 물건을 쥐고
힘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손의 기능은 아직 사람에 크게 못 미친다. 무거운 것을 잘 드는 로봇이
섬세한 물건은 으스러뜨리는 식이다. 사람처럼 20개가 넘는 자유도를 가진 손을 대량 생산 단가에
맞춰 만드는 일이 핵심 난제이고, 정밀 구동계 일부는 중국 부품 공급망에 기대야 할 만큼 내재화가
쉽지 않다. 로봇이 데이터를 모으는 디바이스가 되려면 이 손의 벽부터 넘어야 한다. 로보택시와 옵티머스의 큰 그림은
로보택시·옵티머스가 이끄는 미래 글에서 더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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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 ③④ 반도체와 공간 — 테라팹, 그리고 우주

궤도에서 지구가 보이는 미래형 데이터센터 — 반도체와 인프라 관문
칩과 데이터센터, 그리고 공간이 다음 관문이다.

디바이스가 완성돼도 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자동차와 로봇에 들어갈 연산 장치,
그리고 이를 학습시킬 데이터센터의 가속기까지. 테슬라가 자체 반도체 공장 ‘테라팹’
추진하는 이유다. 메모리가 아니라 비메모리(연산용) 생산을 목표로 하며, 공장이 서기
전까지는 기존 파운드리·엔비디아 칩에 의존한다. 다만 이런
‘스트레치 목표’가 실제로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 관문은 인프라와 공간이다. AI 학습에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이 필요한데,
지상에는 공간·전력·물이 부족하고 주민 저항도 크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올리자는
구상까지 나온다. 로켓 발사 비용이 충분히 떨어지면, 태양광이 24시간 내리쬐고 냉각이 공짜인 궤도가
데이터센터의 새 후보지가 된다는 논리다. 아직은 먼 얘기지만, 관문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테슬라는
초기 학습을 외부 가속기에 기대면서도 자체 학습 인프라를 함께 키워 의존을 줄이려 한다.
칩·전력·공간이라는 세 병목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큰 그림 — ‘머스크 유니버스’와 한계비용 제로

이 네 관문은 따로 노는 과제가 아니다. 테슬라(자동차·로봇), 스페이스X·스타링크(발사·통신),
xAI(그록 모델), 뉴럴링크(뇌-기계 연결), X닷컴(언어 데이터)이 하나의 생태계로 엮인다.
X에 쌓이는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고, 그 AI가 자동차·로봇을 굴리고, 우주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는
식이다. 개별 기업의 실적만 봐서는 그림이 안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xAI는 ‘그록’ 모델을 넘어
일상 업무를 대신하는 에이전틱 AI를 개발 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소프트웨어 축에서도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

그 종착지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다.5
통신·에너지·노동·연산·이동 비용이 차례로 0에 수렴한다는 구상으로, 자율주행·로봇·저가 태양광이
그 조각들이다. 통신비는 이미 무료에 가깝고, 태양광 발전 단가는 일부 지역에서 와트당 몇 센트까지
떨어졌다. 로봇이 노동을, AI가 사고(思考)를, 자율주행이 이동을 값싸게 대체하면 비용 곡선은
차례로 눕는다. 타임라인은 과장됐을지언정 방향 자체가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테슬라의
‘정체’를 이 프레임에서 보면, 지금은 다음 도약을 위한 관문 통과 구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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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앞으로 지켜볼 지표

테슬라의 주가가 오르내리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조차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는
몇 개의 지표로 가늠할 수 있다.

  1. 에너지 부문 마진 — 비야디발 가격 압력에서 회복하는가
  2. 로보택시 허용 주(州) 수 — 규제의 벽을 넘는 속도
  3. 옵티머스 양산 대수와 손의 기능 완성도
  4. 테라팹 착공·가동 여부(스트레치 목표의 현실화)
  5.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간 해법(지상이든 궤도든)

주가가 아니라 이 관문들의 통과 여부가, 테슬라가 ‘주춤’을 끝내는 진짜 신호다.

참고 자료

  1. 테슬라 에너지 부문 매출총이익률 하락(약 39.5%→20.4%).
    Energy-Storage.News ·
    Statista
  2. 에너지저장 시스템 세계 점유율 — 비야디 1위, 테슬라 2위(2025).
    CleanTechnica
  3. 테슬라 누적 생산 1,000만 대 돌파(2026).
    electrive.com
  4. 옵티머스 공급망 — “현존 공급망 없음”·인류사 최난 공급망, 2026 목표 5만~15만 대.
    36Kr
  5. 한계비용 제로 사회(제러미 리프킨, 2014) — 개념.
    Wikipedia
  6. 웨이모의 무인 로보택시 상업 운행(샌프란시스코·피닉스 등).
    Wikipedia — Waymo

※ 수치는 인용 시점 기준이며, 분기 실적·생산 대수 등은 이후 갱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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