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아서 성적이…” — 유전과 지능, 과학이 밝힌 진짜 관계

이 글은 유전학 연구를 소개하는 교육 목적의 글입니다. 유전율은 개인의 운명을 정하는 숫자가
아니며
, 집단·인종 간 우열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이 점을 오해하지 않도록 유의해 읽어 주세요.

“대체 누굴 닮아서 성적이 이 모양이니.” 흔한 이 한마디에는 오래된 질문이 담겨 있다. 지능은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과학의 답부터 말하면 둘 다이다. 성인 지능의 유전율은 약 50%
추정된다.1 그런데 이 ‘절반’이라는 숫자만큼 자주 오해되는 것도 없다. 이 글은
(1) 유전율 50%의 진짜 뜻, (2) ‘지능 유전자’가 없는 이유, (3) 그럼에도 환경이 하는 일
순서대로, 오해 없이 정리한다.

유전율 50% — 흔한 오해부터 깨자

세대를 잇는 DNA 가계도 — 유전율은 집단의 통계
유전율은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집단 안의 ‘차이’를 설명하는 통계다.

“유전율 50%”는 “내 지능의 절반은 유전으로 정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유전율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대한 통계다. 정확히는, 어떤 집단 안에서 나타나는 지능의 ‘차이(변이)’ 중
유전으로 설명되는 비율
을 말한다. 쌍둥이·입양 연구가 그 근거다.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보다 지능이 더 비슷하다는 사실에서 유전의 몫을 추정한다.1

그래서 유전율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다. 환경이 균일한 집단일수록 남는 차이는 유전에서
오므로 유전율이 높게 나오고, 환경 격차가 큰 집단에서는 낮아진다. 즉 같은 형질도 어떤 사회에
사느냐
에 따라 유전율 수치가 달라진다. ‘50%’는 인간에게 박힌 상수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값이다.


‘지능 유전자’는 없다 — 수천 개의 미세한 영향

흔한 상상과 달리 ‘똑똑함을 결정하는 유전자’ 같은 것은 없다. 지능은 극단적으로
다유전자(polygenic) 형질이다. 수천 개의 유전 변이가 각각 아주 미세하게
기여한다. 대규모 유전체 연구(GWAS)에서 가장 강하게 연관된 변이조차 지능 차이의 1%도 설명하지
못한다.
2

이 변이들을 모두 합쳐 만든 다유전자 점수도 현재로선 지능 차이의 한 자릿수 %대
만 예측한다. 쌍둥이 연구가 말하는 50%와, 실제 DNA로 설명되는 몫 사이의 큰 간극을 ‘사라진
유전율(missing heritability)’
이라 부른다.2 다시 말해, 유전이 절반의
몫을 하더라도 그것을 DNA 검사로 콕 집어낼 수는 없다. ‘유전자로 지능을 예측한다’는 광고가
아직 과장인 이유다.

게다가 유전자는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 변이의 효과는 다른 변이와, 또 환경과
맞물려 달라진다. ‘지능’처럼 기억력·언어·추론·집중 같은 수많은 능력이 얽힌 복합 형질을 몇 개의
유전자로 환원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 유전자가 있으면 천재”라는 식의 이야기는
과학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유전은 확률적 경향을 줄 뿐, 정해진 값을 찍어주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유전 영향이 커진다는 역설

책 더미 속에서 책을 읽는 아이의 뒷모습 — 성향이 부른 환경
아이는 자라며 자기 성향에 맞는 환경을 스스로 고른다.

직관과 반대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능의 유전율은 어릴 때 낮고, 나이 들수록 높아진다.
유년기 약 20%대에서 성인기 60~80%까지 오른다.1 유전이 ‘나중에 발현돼서’가
아니다. 핵심은 유전-환경 상관이다. 사람은 자라면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환경을
스스로 고른다.
책을 즐기는 아이는 책이 많은 환경을 찾아가고, 그 환경이 다시 그 성향을 키운다.
유전적 경향과 그것이 부른 환경이 같은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유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환경이 무의미해진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환경이 유전의 손발이 되어 함께 작동한다는 뜻에 가깝다. 사고의 깊이가 자라는 과정은
뇌의 발달과 경험이 맞물리는 과정이다.


그래도 환경이 바꾼다 — 플린 효과

같은 씨앗이 다른 흙에서 다르게 자란 두 새싹 — 유전과 환경
같은 씨앗도 흙이 다르면 다르게 자란다. 환경이 전체 수준을 밀어 올린다.

환경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플린 효과다. 20세기 내내 전 세계 IQ 점수의
평균이 세대마다 꾸준히 상승했다.3 유전자는 몇 세대 만에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인은 환경이다 — 영양 개선, 교육 확대, 복잡해진 정보
환경이 집단 전체의 인지 수행을 끌어올린 것이다. 실제로 20세기 동안 여러 나라의 IQ 평균은 10년마다
약 3점씩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 한 세대 만에 무시할 수 없는 상승이다. 유전율이 높은 형질도
환경이 좋아지면 통째로 올라갈 수 있다는 산 증거다. 최근에는 이 상승세가 일부
선진국에서 둔화하거나 꺾였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 또한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키를 떠올리면 쉽다. 키의 유전율은 지능보다도 높지만, 지난 100년간 영양이 좋아지자 각국의 평균 키는
크게 자랐다. ‘유전율이 높다’와 ‘환경으로 바뀐다’는 모순이 아니다. 유전은 개인 간
차이의 순위에 주로 작용하고, 환경은 전체의 수준을 밀어 올린다.

위험한 오해 — 유전율이 말하지 않는 것

마지막으로 반드시 짚어야 할 선이 있다. 한 집단 안의 유전율은, 집단 사이의 평균 차이가 유전
때문이라는 근거가 전혀 되지 못한다.
2 예컨대 두 밭에 같은 씨앗을
뿌려도 한쪽 땅이 척박하면 수확이 다르다. 그 차이는 씨앗(유전)이 아니라 흙(환경)의 문제다. 지능도
마찬가지여서, 유전율 수치를 인종·집단의 우열로 옮기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편견이다.
역사가 반복해 보여줬듯, 이 오해가 우생학 같은 비극으로 이어졌다 —
과학과 윤리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결론 — “누굴 닮아서”라는 질문의 답

그래서 아이의 성적은 누굴 닮은 걸까. 과학의 답은 이렇다. 유전은 출발선의 성향을 주고, 환경은
그 성향이 어디까지 자랄지를 정한다.
둘은 경쟁이 아니라 협업이다. 기억할 점을
정리하면:

  1. 유전율은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집단의 통계다.
  2. ‘지능 유전자’는 없다 — 수천 변이의 미세한 합이며 DNA로 콕 집어낼 수 없다.
  3. 유전율이 높아도 환경으로 전체 수준은 올라간다(플린 효과).
  4. 집단 내 유전율은 집단 간 차이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누굴 닮았느냐”보다 중요한 질문은 “어떤 환경을 줄 것인가”다. 타고난 씨앗을 탓하는
대신, 그 씨앗이 자랄 흙을 가꾸는 것 — 그것이 과학이 알려주는 더 정확한 방향이다.

참고 자료

  1. 성인 지능 유전율 약 50%·나이에 따라 증가 — 쌍둥이·입양 연구.
    Cogn-IQ — Twin Studies
  2. 지능의 다유전자성·GWAS 개별 변이 <1%·’사라진 유전율’·집단 내≠집단 간 — Plomin & von Stumm(2018).
    The new genetics of intelligence (NIH PMC)
  3. 플린 효과 — 세대에 걸친 IQ 평균 상승(환경 요인).
    Wikipedia — Flynn effect

※ 유전율 수치는 연구·집단·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개인의 능력이나 집단의 우열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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