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025년 엔비디아와 자율주행·로보틱스용 블랙웰 GPU 5만 장 규모의 AI 팩토리(약 30억 달러 투자)를 함께 짓겠다고 발표했다.1 그런데 정작 차를 움직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 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모셔널(Motional)과 포티투닷(42dot)으로 직접 개발한다. 이 글은 “현대차가 엔비디아를 넘어선다”는 구호 대신, (1) 하드웨어는 엔비디아, 소프트웨어는 자체라는 전략의 구조, (2) 학습칩·추론칩과 E2E 딥러닝 전환, (3) 웨이모·모셔널 로보택시의 차이와 남은 과제를 출처와 함께 정리한다.
엔비디아 칩을 쓰면서 소프트웨어는 왜 따로 가나
현대차의 선택은 두 층으로 나눠 봐야 이해된다. 연산 하드웨어 층에서는 엔비디아의 AI 칩 성능을 인정하고 채택했다. 반면 자율주행 판단 소프트웨어 층에서는 엔비디아의 완성 솔루션(드라이브 AV)을 그대로 얹는 대신, 자회사 격인 모셔널과 포티투닷의 기술을 쓴다. 칩은 사되 ‘운전 방식’은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구도는 최근 현대차·엔비디아 연합의 출범에서 이미 예고됐다. 표준화된 고성능 칩은 사서 쓰되, 차별화의 원천인 소프트웨어는 통제권을 쥐는 방식은 자동차 업계가 스마트폰 시대의 교훈을 그대로 옮겨온 결과에 가깝다. 소프트웨어를 남에게 맡기면 데이터·업데이트·주행 정책의 주도권까지 넘어가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운전 방식’만큼은 안에서 쥐려는 유인이 크다.
여기서 모셔널은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서비스를,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기반 플랫폼과 통합 제어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뉜다. 현대차가 단순한 하드웨어 구매자에 머물지 않고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려는 의지가 이 분업에 드러난다.

두 갈래 경쟁: 테슬라 수직계열화 vs 엔비디아 연합
자율주행 시장은 크게 두 흐름으로 갈린다. 첫째는 테슬라의 독자 노선이다. 테슬라는 자체 설계 칩(하드웨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학습·추론 인프라까지 수직 계열화해 전 과정을 스스로 통제하고 최적화한다. 통제력이 강한 대신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둘째는 엔비디아 연합이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공통 기반으로 삼되, 제조사·협력사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를 유연하게 결합한다. 벤츠처럼 엔비디아 칩과 드라이브 AV 소프트웨어를 함께 쓰는 곳도 있고, 현대차처럼 칩만 쓰고 나머지는 자체 개발하는 곳도 있다. 같은 연합 안에서도 각자 강점에 맞춰 조합이 갈린다는 점이 이 진영의 특징이다.
룰 방식에서 E2E 딥러닝으로 — 모셔널의 대전환
초기 자율주행은 정해진 규칙(Rule-based)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룰 방식’이 주류였다. 장애물을 만나면 어떻게 피하고 차선은 어떻게 바꿀지를 사람이 코드로 지정한다. 예측 가능한 상황에는 강하지만, 변수가 많은 실제 도로에서는 대응이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과거 모셔널도 이 방식을 썼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AI가 스스로 주행을 학습하는 딥러닝 방식(End-to-End, E2E)을 지향했다. 2024년 배포된 FSD v12는 카메라 입력부터 차량 제어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대체하고, 이전 버전의 방대한 규칙 기반 C++ 코드를 걷어낸 것으로 알려졌다.2 이 전환은 업계에 E2E가 확장 가능한 경로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모셔널 역시 룰 방식에서 벗어나 딥러닝 중심 스택으로 재편됐고, 현대차 자율주행도 E2E 방향을 채택하는 흐름에 올라탔다. 다만 테슬라가 카메라(비전) 센서만 고집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모셔널은 카메라에 더해 3차원 공간을 인식하는 라이다(LiDAR)를 병행해 안전 여유를 두려는 접근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다는 거리와 형상을 직접 측정해 어두운 환경이나 역광에서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단가와 데이터 처리 부담이 커 비용·성능의 균형이 관건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 센서 구성에 대한 판단이 갈리는 지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학습칩과 추론칩: 엔비디아 블랙웰과 드라이브 토르
딥러닝 자율주행의 핵심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학습·처리하는 AI 칩이다. 여기서 칩은 역할이 둘로 나뉜다. 하나는 데이터센터에서 모델을 훈련시키는 학습칩, 다른 하나는 차량에 실려 실시간으로 판단을 실행하는 추론칩이다.
학습 쪽은 엔비디아 블랙웰 계열 GPU가 맡는다. B200급 고성능 칩은 공개 정가는 없지만 시장에서 한 장에 수천만 원대(OEM 견적 기준 대략 3만~5만 달러)로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3 현대차그룹은 앞서 언급한 5만 장 규모의 블랙웰 인프라로 학습 데이터를 생성·검증한다.1 차량 탑재 추론 쪽은 엔비디아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가 후보다. 토르는 최대 약 2,000 TOPS급 성능으로 자율주행·주차·인포테인먼트를 한 칩에 통합하도록 설계됐다.4
| 구분 | 학습칩 | 추론칩 |
|---|---|---|
| 역할 | 모델 훈련(데이터센터) | 차량 내 실시간 실행 |
| 대표 하드웨어 | 엔비디아 블랙웰 GPU | 엔비디아 드라이브 토르 |
| 규모 지표 | 약 5만 장 인프라 | 약 2,000 TOPS급 |
웨이모와 모셔널 — 아이오닉 5 위의 두 갈래 자율주행
현대차는 이미 자율주행 차량을 ‘납품’하고 있다. 구글 계열 웨이모(Waymo)는 2024년부터 노후한 재규어 아이페이스(I-PACE) 대신 아이오닉 5를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의 기반 차량으로 채택했고, 현대차가 이 물량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향이 보도됐다.5 다만 여기서 운전 두뇌는 웨이모의 기술이다. 현대차는 완성차 플랫폼을 제공하고 웨이모 시스템을 통합해 납품하는 역할에 가깝다.
반면 모셔널 로보택시는 현대차·모셔널이 자율주행 기술까지 자체 개발한 완제품이다. 외형은 같은 아이오닉 5여도 핵심 기술의 주인이 다르다. 모셔널은 우버·리프트 앱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실제 운행하다 2024년 상업 운영을 중단하고 조직을 재편했으며, E2E 중심으로 시스템을 다시 짜 2026년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레벨4)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제시했다.6 서비스 중단은 후퇴라기보다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재정비로 읽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조직 개편과 남은 과제 — 언제쯤 따라잡나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와 전기차 전환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자율주행(AD)과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영역에서는 여전히 전환기의 진통을 겪고 있다. 룰 방식에서 E2E로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조직 개편과 일부 임원 교체 같은 혼란도 뒤따랐다. 이 배경은 현대차 자율주행의 전환점을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짚었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E2E 딥러닝은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대규모 학습 인프라가 전제인데, 테슬라는 이미 수년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현대차는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고, 기술 완성만이 아니라 안전성 검증과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숙성 기간’까지 감안해야 한다. “몇 년 안에 테슬라를 넘는다”는 식의 단정보다, 데이터·인프라·검증이라는 구조적 조건이 얼마나 빠르게 채워지는지를 지켜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결론 — 구호 대신 지켜볼 지표
현대차의 자율주행 전략은 ‘엔비디아를 넘어선다’는 승부보다, 표준 하드웨어를 사되 소프트웨어 통제권은 쥔다는 조합 전략으로 요약된다. 완성 여부는 선언이 아니라 다음 지표로 확인된다.

- AI 팩토리 가동 — 5만 장 블랙웰 인프라의 실제 가동·학습 성과 공개 시점
- 모셔널 무인화 — 2026년 라스베이거스 레벨4 무인 서비스 재개와 안전 실적
- 양산차 추론칩 — 드라이브 토르를 탑재한 상용 차량의 등장
- 센서 전략 검증 — 카메라+라이다 병용 구성의 성능·비용 균형
이 네 가지가 채워지는 속도가, 현대차가 자율주행 격차를 좁히는 실제 진도를 보여줄 것이다.
- 현대차그룹·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 장 AI 팩토리(약 30억 달러) — Hyundai Motor Group / NVIDIA 발표.
blogs.nvidia.com ·
hyundaimotorgroup.com - 테슬라 FSD v12(2024) 카메라→제어 단일 신경망 E2E 전환 — Electrek.
electrek.co - 엔비디아 블랙웰(B200급) 시장 거래가 약 3만~5만 달러대(공식 정가 미공개) — TechPowerUp.
techpowerup.com - 엔비디아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 최대 약 2,000 TOPS 통합 차량 컴퓨터 — All About Circuits.
allaboutcircuits.com - 웨이모 6세대 시스템, 재규어 아이페이스 대신 아이오닉 5 채택·대규모 공급 — TechTimes / Electrek.
techtimes.com ·
electrek.co - 모셔널 2024년 상업 운영 중단·재편, 2026년 말 라스베이거스 레벨4 무인 목표 — TechCrunch / KED Global.
techcrunch.com ·
ked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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