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붐의 화려한 서막: 팬데믹이 낳은 역설적 황금기
이 거대한 드라마의 시작은 우리가 결코 잊을 수 없는 2020년,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던 팬데믹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하고 답답한 단어가 우리의 일상을 가두었고, 언제나 열려 있을 것 같았던 공항 문은 굳게 닫혀버렸습니다. 우리는 집안에 갇혀 있었고, 갈 곳을 잃은 여행에 대한 욕망은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갇혀 지내는 건 답답해 미치겠는데, 그렇다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를 가자니 바이러스가 무서웠던 그 아이러니한 시절 말이죠.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든 당시로서는 유일하고도 완벽한 대안이 바로 캠핑이었습니다. 탁 트인 국내의 자연 속으로 내 차라는 가장 안전한 이동 수단을 타고 우리 가족이나 아주 친한 소수 친구끼리만 떠난다. 이 완벽한 공식은 당시에 엄격했던 방역 수칙을 전혀 어기지 않으면서도 여행에 대한 목마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4월의 마지막주 캠핑을 떠났던 그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이때의 광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숫자가 증명합니다.
한국 관광공사의 공식 통계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국내 캠핑자 수는 약 399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이 숫자는 단 1년 만에 531만 명으로 수직 상승합니다. 무려 33.8%가 단 1년 사이에 폭증한 겁니다. 단순히 사람만 늘어난 게 아닙니다. 돈의 흐름도 캠핑장으로 쏠렸습니다.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5조 8천억 원에서 불과 1년 뒤인 2021년에는 6조 3천억 원으로 몸집을 불리며 8.2%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 시기 캠핑은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었습니다. 텐트와 타프를 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해방이었고, 전 국민이 너도나도 장비를 사들이며 캠핑장, 캠핑 용품 관련 인프라가 그야말로 비이성적일 만큼 팽창했던 영광의 시대였습니다. 오늘은 해외는 성장인데 한국 캠핑은 왜 망할까 에 대해 알아 보려 합니다.

씁쓸한 현실: 대한민국 캠핑 기업들의 비명
하지만 그 화려했던 영광의 시대는 너무나 짧게 끝났습니다. 지금 들려오는 소식은 단순한 성장 둔화 정도가 아닙니다. 시장 자체가 쪼그라드는 몰락의 징후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캠핑 시장이 폭발적 팽창기를 지나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혹독한 성숙기 및 재편 단계에 진입했다고 아주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이 충격적인 현실은 단순히 분위기 탓이 아닙니다.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피 튀기는 숫자로 아주 적나라하게 찍혀 있습니다. 국내 캠핑 시장을 이끌던 대장주들의 성적표를 하나씩 열어 보겠습니다. 먼저 대한민국 토종 캠핑 브랜드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코베아입니다. 코베아는 2022년까지만 해도 매출 342억 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인 2023년 매출은 207억 원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계산해 보면 무려 39.5%, 거의 40%에 가까운 매출이 단 1년 만에 증발해 버린 겁니다. 매출만 줄어든 게 아닙니다. 심지어 영업 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며 손실을 기록하는 뼈아픈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캠핑계의 에르메스, 일본의 하이엔드 브랜드 스노우피크의 추락은 더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입니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 이익이 모두 감소한 것은 기본이고,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99%가 사라졌습니다. 99% 감소라니, 사실상 장사는 했지만 남은 돈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명품 체어 브랜드로 꼽히는 헬리녹스도 이 한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매출 770억 원, 영업 이익 78억 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2년 뒤인 2024년 매출은 412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영업 이익 역시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과거엔 주말엔 당연히 캠핑이 상식이었다면, 지금 소비자들은 ‘장비는 창고에 있는데 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 고생하느니 차라리 편하게 글램핑을 가겠다’라며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결국 진짜 마니아층의 수요만 간신히 남았을 뿐,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던 일반 대중의 수요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가을 캠핑의 낭만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캠핑 시장 몰락의 5가지 핵심 원인
도대체 왜 이렇게 급격하게 무너진 걸까요? 단순히 유행이 지나서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다섯 가지의 결정적인,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1. 코로나 특수의 소멸과 해외여행의 부활
너무나 당연한 첫 번째 원인은 코로나 특수의 소멸과 해외여행의 부활입니다.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여가 수요가 캠핑으로 몰렸지만, 엔데믹과 함께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캠핑장으로 향하던 자동차 핸들은 공항으로 꺾였습니다. 그 수요는 순식간에 해외여행으로 빠져나갔죠. 해외 드라이빙 여행처럼 더 자유로운 여가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캠핑 붐의 퇴조는 해외여행 정상화와 직결되어 있다며 실적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습니다.
2. 살인적인 고물가와 경기 침체
두 번째 원인은 가장 집중해서 파헤쳐 볼 부분입니다. 바로 살인적인 고물가와 경기 침체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캠핑 장비 가격은 정말 무섭게 올랐습니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캠핑 시장에서는 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이 지금 당장 캠핑을 시작한다고 가정하고 2023년에서 2025년 기준의 실제 시장 가격으로 가상의 견적을 한번 뽑아 보겠습니다. 아마 가격표를 듣는 순간 ‘이 돈이면 차라리 호텔을 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실 겁니다.
가장 먼저 우리 가족이 머물 집, 텐트부터 골라야겠죠. 4인에서 6인용을 기준으로 봅니다. 소위 가성비 제품을 눈 씻고 찾아봐도 40만 원에서 80만 원은 줘야 합니다. 그래도 가족이 쓸 건데 튼튼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국내 브랜드 중급 모델을 보시면 100만 원에서 200만 원대로 가격이 훌쩍 뜁니다. 만약 ‘이왕 하는 거 한번 사는 거 끝판왕으로 가자’며 스노우피크나 힐레베르그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눈을 돌린다면 놀라지 마세요. 텐트 하나에만 200만 원에서 400만 원이 찍힙니다. 텐트 하나가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인 셈입니다. 텐트만 있으면 끝일까요? 여름 뙤약볕을 막아줄 거실 공간인 타프도 필요합니다. 이것도 입문형이 10만 원에서 30만 원, 브랜드 제품은 40만 원에서 80만 원 선이고, 프리미엄 급으로 가면 천막 하나가 100만 원에서 120만 원을 호가합니다. 여기에 앉아서 쉴 의자와 밥을 먹을 테이블도 필수죠. 의자는 입문형이 7만 원에서 12만 원이지만, 헬리녹스 같은 인기 브랜드 제품은 개당 15만 원에서 25만 원입니다. 4인 가족이면 의자값만 거의 100만 원에 육박합니다. 테이블 역시 쓸 만한 건 20만 원에서 30만 원, 고급형은 40만 원을 넘나듭니다. 게다가 잠자리인 침낭과 매트, 요리를 위한 화로대와 버너 같은 자잘한 장비들도 중급 이상으로 맞추려면 각각 20만 원에서 40만 원씩 예산을 잡아야 합니다.
자, 이제 최종 영수증을 뽑아 볼까요? 4인 가족이 캠핑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총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정말 아끼고 아껴서 가성비 제품으로만 꽉 채운 입문 세트조차 약 120만 원이 듭니다. 하지만 보통은 ‘가족이 쓸 건데 너무 싼 건 좀 그렇다’며 중급 브랜드를 섞게 되죠. 이렇게 중급 풀세트를 맞추면 순식간에 250만 원에서 300만 원이 나옵니다. 만약 욕심을 부려 프리미엄 브랜드로 풀세트를 맞춘다면 총 비용은 400만 원에서 600만 원에 달합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경기 침체기에 주말 취미를 위해 수백만 원을 일시불로 긁는다는 것, 소비자들에게는 엄청난 공포이자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3. 소비 패턴의 변화: 편리함 추구
세 번째 원인은 소비 패턴의 변화입니다. 비싸고 무거운 장비, 설치와 해체의 노동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편리함을 찾아 떠납니다. 무거운 텐트 대신 차에서 잠만 자는 차박, 모든 게 갖춰져 있어 몸만 가면 되는 글램핑 혹은 짐을 최소화하는 미니멀 캠핑으로 트렌드가 급격히 이동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떠나는 미니멀 캠핑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캠핑이 부상하는 것이죠. 기존의 고가 장비 시장이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4. 알리와 테무의 공습
네 번째는 알리(AliExpress)와 테무(Temu)의 공습입니다. 중국발 직구 플랫폼에서 초저가 캠핑 용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애매한 가격대의 국내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싼 국산 브랜드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이는 시장 전체의 가격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5. 캠핑장 과잉 공급과 치킨 게임
마지막 다섯 번째는 캠핑장 과잉 공급과 치킨 게임입니다. 붐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난 캠핑장들. 하지만 시설이나 서비스는 평준화됐고, 공급이 넘치니 가격 경쟁만 치열해졌습니다. 특히 시설이 노후화된 곳들은 경쟁에서 밀려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금동산야 캠핑장처럼 좋은 시설을 갖춘 곳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해외 시장과의 극명한 대조: 왜 한국만 다를까?
그렇다면 캠핑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망해가고 있는 걸까요?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글로벌 시장은 우리와 정반대로 오히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글로벌 캠핑 및 카라반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5,312억 달러(약 700조 원)에서 2030년에는 6,513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평균 성장률 10.4%에 달하죠. 왜 한국과 정반대일까요? 그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이동 수단’에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의 캠핑 문화는 텐트를 치고 한 곳에 머무는 정박형이 아니라, RV(Recreational Vehicle)나 모터홈, 카라반을 타고 이동하며 여행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하는 ‘이동형’입니다. 자유로운 여행과 자연, 그리고 이동수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젊은 세대에게도 쉽고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죠. 하지만 한국은 이 공식이 통하기 힘든 척박한 환경입니다.
1. 한국의 주거 현실: 아파트 공화국
첫째, 우리는 아파트 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땅은 좁고 주차 공간은 그야말로 전쟁터죠. 미국이나 유럽처럼 넓은 차고가 있는 단독 주택 문화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거 현실을 보세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내 승용차 한 대 댈 곳이 없어서 이중 주차를 하고 새벽마다 차를 밀어야 하는 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덩치가 집만한 캠핑카나 카고트레일러를 가져온다? 이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눈치 보랴, 이웃 주민들 민원 신경 쓰랴, 결국 비싼 주차료를 내고 외곽의 사설 주차장에 차를 모셔둬야 하는데, 내 집 앞에 없는 캠핑카가 과연 얼마나 자주 쓰일까요? 결국 주차 스트레스 때문에 RV는 꿈도 못 꾸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캠핑 트레일러의 탄생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큽니다.
2. RV 차량의 비싼 구매 비용
둘째, RV 차량 구매 비용 자체가 너무 비쌉니다. 가격을 한번 냉정하게 비교해 볼까요? 앞서 우리는 300만 원, 400만 원 하는 텐트 풀세트 가격 이야기를 하면서도 말도 안 되게 비싸다며 손을 떨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그 돈도 부담스러워서 지갑을 닫았죠. 그런데 텐트 단계를 넘어 글로벌 트렌드인 RV로 진입하려면 화폐의 단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건 장비를 사는 게 아니라 집이 달린 특수 자동차를 한대 더 사는 문제이니까요. 국산 경차를 개조한 아주 좁고 불편한 캠핑카조차 옵션을 넣으면 수천만 원대에서 시작합니다. 만약 4인 가족이 불편함 없이 탈 만한 제대로 된 모터홈이나 수입 카라반을 알아보신다면 그 가격은 웬만한 고급 외제차 한 대 가격과 맞먹습니다. 차량 가격만 문제일까요? 취등록세, 매년 나가는 자동차세, 엄청난 보험료, 그리고 유지 보수 비용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오직 한 달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주말 레저만을 위해 수천만 원, 수억 원짜리 세컨드 카를 지를 수 있는 가정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될까요?
3. RV 인프라 부족
셋째, 돈과 주차를 해결했다 해도 갈 곳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캠핑장 인프라가 여전히 텐트 전용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캠핑장들은 대부분 산비탈을 깎아 만들어서 진입로가 좁고 가파릅니다. 커다란 카라반이나 모터홈은 아예 진입조차 불가능한 곳이 태반이죠. 겨우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캠핑장 사이트 구역 크기가 딱 텐트 한 동 칠 정도의 작은 데크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서 덩치 큰 RV를 정박할 물리적 공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기 시설이나 오폐수 처리 시설도 RV에 맞춰진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비싼 돈 주고 캠핑카를 샀는데 정작 받아주는 캠핑장이 없어서 노지를 떠돌아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과시에서 실용으로, 한국 캠핑의 새로운 진화
오늘은 해외는 성장인데 한국 캠핑은 왜 망할까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한국 캠핑 산업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종말이 아닙니다. 코로나 특수의 소멸, 덮쳐오는 경제 불안, 감당하기 힘든 고가 정책, 그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변화한 소비 패턴이 한꺼번에 덮친 ‘퍼펙트 스톰’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캠핑의 완전한 사망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겁고 비싼 장비를 자랑하던 과시형 캠핑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가볍고 실용적인 차박, 글램핑, 미니멀 캠핑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고통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니까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는 유행으로서의 캠핑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이제 거품이 걷힌 이 황량한 자리에서 한국의 캠핑 산업은 과연 어떤 생존 전략을 보여줄까요? 단순히 장비 판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캠핑 문화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예를 들어, 소형화되고 효율적인 캠핑카 모델 개발, 도심 근교의 RV 친화적인 캠핑장 확충, 그리고 자전거 캠핑과 같은 저비용 고효율 아웃도어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 캠핑 시장이 이 위기를 기회 삼아 더욱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