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행동 변화, 지속되는 공격성·과도한 울음·식욕 변화 등은 통증이나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니
수의사와 상의하세요. 아래 신호 해석은 ‘경향’이며 모든 고양이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리 고양이는 나를 엄마로 생각할까, 친구로 생각할까?” 이 질문의 바탕에는 흥미로운 전제가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인간·동물 관계학자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저서
『Cat Sense』에서, 고양이가 사람을 별도의 종(種)으로 구분해 대하는 정황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고양이는 우리를 “조금 크고 굼뜬 고양이” 정도로 대한다는
해석이다.1 이 글은 그 가설을 출발점으로,
(1) 고양이가 사람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가, (2) ‘의지하는’ 신호와 ‘함께 노는’ 신호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3) 불편·불신의 신호와 대응을 연구 근거와 함께 정리한다.
고양이는 나를 어떤 존재로 볼까?

브래드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뷰에서 “고양이가 우리와 어울릴 때 우리를 따로 분류해 넣는 별도의 상자를
갖고 있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몸을 비비고, 울음으로 부르고, 혀로 핥아 그루밍하고,
곁에서 자는 행동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다른 고양이에게 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신호라는
것이다.1 다만 이는 하나의 해석·가설이며,
고양이가 사람과 고양이를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엄마냐 친구냐’라는 이분법보다 더 검증된 사실은 고양이가 사람에게 애착(attachment)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2019년 오리건주립대 크리스틴 바이털(Kristyn Vitale) 연구팀이
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고양이는 낯선 방에서 보호자를 안정의 근거로 삼는
‘안정 애착’을 약 65% 비율로 보였다. 이는 사람 영아(약 65%)나 개(약 61~65%)에서
관찰되는 안정 애착 비율과 비슷했다.2 요약하면,
대다수 고양이는 보호자를 ‘안전기지’로 삼아 의지한다는 것이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엄마처럼 의지한다’에 가까운 신호는?

새끼가 어미에게 하던 행동을 성묘가 되어서도 보호자에게 보인다면, 이는 깊은 의존·안정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 사람을 향한 ‘냐옹’: 성묘끼리는 서로 잘 울지 않는다. 성묘의 야옹 소리는
주로 사람을 향한 신호로, 새끼가 어미를 부르던 울음이 사람과의 생활에 맞게
확장된 것으로 본다. 어른 고양이끼리는 냄새·몸짓으로 소통하고, 사람에게만 소리를 ‘학습’해
쓴다는 것이다.3 - 꾹꾹이(kneading): 앞발로 꾹꾹 누르는 행동은 새끼가 젖을 먹으며
어미 배를 눌러 젖을 자극하던 행동의 잔재로 알려져 있다. 성묘의 꾹꾹이는 편안함·만족을
스스로 다독이는 자기 위안 행동으로 해석되며, 발바닥 냄새샘으로 대상을 자기 것으로 ‘표시’하는
의미도 있다.4 사람 몸 위에 올라
꾹꾹 밟고 다니는 행동도 비슷한 애정·표시 신호로 읽힌다. - 골골송(purring): 만족·편안함의 신호로 흔히 나타나지만, 배고픔·통증·불안
상황에서 자기 위안 목적으로도 나온다. 따라서 맥락(자세·상황)과 함께 읽어야
한다.4 - 번팅·밀착 스킨십: 얼굴이나 머리를 비비는 ‘번팅(bunting)’은 냄새샘으로 자기
냄새를 묻혀 익숙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행동이자 친밀감의 표현이다. 곁에
붙어 자는 것도 체온과 안전을 함께 나누던 습성과 연결된다.4
예를 들어 밥 먹기 직전에만 우는지, 사람이 앉으면 다가와 꾹꾹이를 하는지,
골골송이 편안한 자세에서 나오는지 몸을 웅크린 채 나오는지를 며칠 기록해두면
‘의존 신호’인지 ‘요구·불편 신호’인지 구분이 쉬워진다.
‘친구·동료처럼 논다’에 가까운 신호는?

절대적 보호자보다 대등한 놀이 상대로 여길 때 나타나는 행동은 좀 더 장난스럽고
상호적이다.
- 놀이 유도: 사람 주위를 맴돌며 짧은 소리를 내거나 장난감을 물어오고, 갑자기
툭 건드린 뒤 달아나는 ‘놀자’ 신호. 사냥 놀이의 시작 행동과 닮았다. - 우다다·추격 놀이: 등을 세우고 옆으로 뛰는 자세로 뛰어다니는 것은 공격이 아니라
흥분·놀이 상태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 채터링(chattering): 창밖 새를 보며 ‘캬캬’거리는 소리처럼, 사냥 본능과
연결된 흥분 반응이다. 사람을 함께 사냥·놀이하는 대상으로 여길 때 겹쳐 나타나기도 한다. - 알로그루밍(서로 핥기): 사람을 핥아 그루밍하는 것은 고양이끼리 친밀한 개체
사이에 나누는 사회적 유대 행동을 사람에게 확장한 것으로 해석된다.1
여기서 중요한 균형점 하나. ‘엄마형’과 ‘친구형’ 신호는 배타적이지 않다. 같은
고양이가 밥 시간엔 의존적으로 굴다가 저녁엔 놀이 상대로 대하는 식으로, 상황에 따라 오간다.
브래드쇼의 관점을 따르면 이 모두가 결국 ‘좋아하는 대상에게 하는 고양이식 사회 행동’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속한다.1
불편·불신의 신호와, 관계를 회복하는 법

모든 고양이가 곧바로 보호자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다음은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거나
불편을 느낀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행동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심해지면 통증·질환일 수 있으므로 수의사 상담을 우선한다.
- 회피·거리 두기: 특정 사람을 계속 피하거나 곁을 주지 않음
- 하악질·털 세움·귀 젖힘: 두려움·경고의 명확한 표현
- 숨기·과도한 경계: 낮은 자세로 숨어 지켜보는 행동
대응의 핵심은 강요하지 않기다. 다가가기보다 고양이가 다가올 여지를 두고, 밥·간식·놀이
같은 긍정적 경험을 사람과 연결한다. 큰 소리·급한 동작·억지 안기를 줄이고, 무엇이 긴장을 유발하는지
환경 요인(소음, 다른 반려동물, 화장실 위치 등)을 점검한다. 관계는 일방적 애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반응이 쌓여 형성된다 — 이는 앞서의 애착 연구가 시사하는
바이기도 하다.2
결론 — 2주간 이 신호를 관찰해보자
‘엄마냐 친구냐’는 하나로 못 박기 어렵다. 검증된 결론은 대다수 고양이가 보호자에게 애착을
형성하며, 상황에 따라 의존과 놀이를 오간다는 것이다. 단정 대신, 앞으로 2주간 다음을
기록해보자.
- 사람을 향한 울음의 상황 (밥 전 / 놀이 요구 / 아무 때나)
- 꾹꾹이·골골송이 나오는 자세와 맥락 (편안 vs 웅크림)
- 먼저 다가오는 빈도와, 스킨십을 얼마나 오래 허용하는지
- 회피·하악질 등 불편 신호의 유무와 유발 요인
기록이 ‘의존 쪽’으로 기울면 규칙적 급여·안정된 공간을, ‘놀이 쪽’으로 기울면 사냥놀이 시간을 늘려본다.
불편 신호가 반복되거나 평소와 다른 급격한 변화가 보이면 행동 교정보다 먼저
수의사와 상의한다.
- 고양이가 사람을 ‘큰 고양이’처럼 대하며 별도의 사회 행동 상자를 두지 않는다 — 존 브래드쇼
『Cat Sense』,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뷰.
nationalgeographic.com - 고양이의 사람에 대한 안정 애착 약 65%(영아·개와 유사) — Vitale et al., “Attachment bonds between domestic cats and humans,” Current Biology (2019).
cell.com ·
오리건주립대 뉴스룸 - 성묘의 야옹은 주로 사람을 향한 신호(어미를 부르던 울음의 확장), 성묘끼리는 냄새·몸짓으로 소통 —
고양이 의사소통 개요.
Wikipedia: Cat communication ·
sciencenorway.no - 꾹꾹이(수유 행동 잔재·자기 위안·발바닥 냄새 표시), 골골송(만족 외 통증·불안 시에도), 번팅(냄새 표시·친밀) —
반려동물 행동 자료.
Humane Colorado
※ 신호 해석은 경향이며 개체차가 큽니다. 급격한 행동 변화는 질환·통증 신호일 수 있어 수의사 상담을 우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