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벤츠, 왜 중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나

독일 자동차의 상징,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화 현상

한때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은 그 차를 타는 이의 부와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벤츠를 이야기할 때 ‘중국차’라는 이미지가 따라붙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과연 벤츠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단순한 질투일까요? 아니면 독일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이 거대 기업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독일차 벤츠, 왜 중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나 에 대해 알아보려합니다. 벤츠의 ‘중국화’ 논란과 그 배경,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해 어머넷 블로그에서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삼각별 엠블럼에 비친 중국 국기와 상하이 야경

 

중국 자본, 벤츠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최대 주주는 놀랍게도 중국 국영 기업인 베이징 자동차(Beijing Automotive Group)와 지리 자동차 그룹(Geely Automobile Group)의 리슈푸 회장입니다. 이 두 중국 기업이 합쳐 벤츠 지분의 약 2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중국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막대한 지분 인수 과정이 독일 정부와 벤츠조차 까맣게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독일의 자존심이 눈 뜨고 코 베이듯 넘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이사회에서 독일과 중국 경영진이 벤츠 지분 논의

벤츠, 중국 시장에 눈 돌리다: 베이징 벤츠의 탄생

벤츠와 중국의 관계는 2005년, 중국 국영 기업 베이징 자동차와의 합작 투자로 설립된 ‘베이징 벤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베이징 벤츠는 단순한 조립 공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엔진 생산부터 연구개발(R&D)까지 전담하는 중국 내 핵심 생산 기지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중국 부자들이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을 열렬히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벤츠는 한국에서도 연간 7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차종이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이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2023년 벤츠 그룹의 전 세계 차량 판매량 249만 대 중, 중국 시장에서만 무려 73만 대 이상이 팔렸습니다. 이는 유럽 전체 판매량 63만 대와 북미 시장 34만 대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심지어 S 클래스나 마이바흐 같은 벤츠의 최상위 라인업도 중국이 최대 소비처로 꼽히고 있습니다. 벤츠 그룹 전체 이익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시장 규모 때문에 벤츠는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비장의 꼼수’, 옵션 전략

2013년, 벤츠 그룹은 베이징 자동차의 승용차 부문 자회사인 BIAC 모터 지분 12%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자체에는 중국 지분이 없었습니다. 쿠웨이트 투자청이 최대 주주였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등 기관 투자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지리자동차가 벤츠에 접촉했습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저가 자동차 업체였던 지리는 2010년 볼보를 인수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얻고 기술력을 향상시켰습니다. 볼보를 통해 성공적인 도약을 경험한 지리는 더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와의 동맹을 원했습니다. 당시 지리는 전기차 전환을 시도 중이었으며, 벤츠의 모터 기술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 벤츠 그룹의 신주 발행으로 지분 5%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벤츠는 당연히 이를 거절했습니다. 지리에게는 이득이지만 벤츠에게는 득 될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므로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공개적인 시장 매수는 주가를 폭등시킬 수 있기에, 몰래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독일 증권 거래법상 3%, 5%, 10% 이상 지분 취득 시 공시 의무가 있어 몰래 사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간주되어 경영진과 주주들의 큰 반발을 부를 것이 뻔했습니다. 이때 지리는 ‘옵션’을 통한 파생 상품 거래라는 비장의 꼼수를 사용했습니다. 옵션은 미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자산을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상품입니다. 지리 그룹의 리슈푸 회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특수 목적 법인을 통해 모건스탠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같은 은행들을 이용해 다임러-벤츠 그룹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은행들이 주식을 취득하면 기관 투자자로 인식되었고,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매입에 참여했던 기관들은 리슈푸 회장의 특수 목적 법인에 주식을 매각했습니다.

리슈푸 회장이 매입한 금액은 약 9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기업 인수에는 통상 대출이 사용되며,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립니다. 그러나 주식은 가격 변동성이 커 담보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옵션이 다시 활용되었습니다. ‘칼라 스트래티지(Collar Strategy)’라는 옵션 전략을 통해 풋 옵션을 매수하고 콜 옵션을 매도하는 포지션을 취했습니다. 이는 주식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동시에 가격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제한하는 전략입니다. 가격 상승 이득을 제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가격 변동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콜 옵션 매도 금액과 풋 옵션 매수 금액을 동일하게 맞춰 옵션 구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거의 제로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옵션 전략으로 주식 가격 하락이 방어되면서, 리슈푸 회장의 회사는 평소보다 훨씬 높은 담보 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적은 돈으로 벤츠 그룹의 막대한 지분을 눈에 띄지 않게 매수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정교한 금융 기법이 없었다면, 지리의 벤츠 지분 인수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투자를 고려하는 독자라면 이러한 파생상품의 전략적 활용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칼라 스트래티지와 같은 복합적인 투자 전략에 대한 정보는 투자 관련 전문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복잡한 금융 거래와 데이터 흐름, 벤츠 공장

독일 정부와 베이징 자동차의 대응

2018년 2월, 리슈푸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테니셔 3라는 회사가 벤츠 지분 9.69%를 확보했다는 공시를 발표하자 당연히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쿠웨이트 투자청이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제외하면 당시 벤츠 그룹은 지분 구조가 매우 잘게 쪼개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지리 회장이 9.69%의 지분을 보유한 것은 사실상 지배 주주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독일 증권 거래법의 허점을 파고든 적대적인 인수합병 그 자체였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독일 정부는 비유럽 국가 기업이 핵심 기술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취득할 시 정부가 심사하고 거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대주주 등극 뉴스에 중국 국영 기업 베이징 자동차 측도 발칵 뒤집혔습니다. 벤츠 그룹이 베이징 자동차와 베이징 벤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국의 민영 기업인 지리 그룹이 지배 주주로서 국영 기업인 베이징 자동차와 베이징 벤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에 2019년 7월, 베이징 자동차 그룹은 벤츠 그룹의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이 지분율을 9.98%까지 확대하며 지리를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리자동차로 인해 개정된 외국인 투자법의 규제에 걸리지 않기 위해 10% 미만으로 최대한 지분을 인수한 것입니다. 베이징 자동차는 지리보다 훨씬 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영 기업이라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또한, 벤츠 그룹은 베이징 자동차 없이는 중국 내에서 벤츠의 생산과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안고 있었습니다. 2024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내 승용차 판매 대수 68만 대 중,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물량이 56만 3천 대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판매 기반도 중국이 가장 큰 데다가 합작사인 베이징 벤츠의 실적이 곧 벤츠 본사의 실적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벤츠 그룹은 베이징 자동차의 지분 인수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벤츠, 피할 수 없는 중국화의 흐름

결과적으로 지리와 베이징 자동차의 지분을 합치면 19.67%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됩니다. 쿠웨이트 투자청이나 블랙록을 제외하면 소유권이 잘게 쪼개진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약 20%의 지분으로도 회사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두 회사가 중국 회사가 아닌 다른 나라 기업이었다면 지배 주주 간 견제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기업 모두 국적이 중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중국에서는 국영 기업이든 민간 기업이든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과연 지리가 국영 기업의 의견을 거스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베이징 자동차는 베이징 벤츠라는 합작사를 통해 벤츠의 주요 수익원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합작 공장 운영을 통해 벤츠의 제조 품질 관리 기법과 노하우, 공정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리는 지분 인수를 통해 벤츠의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를 합작 투자함으로써 벤츠의 브랜드 파워를 지리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리 계열인 호스사와의 협력으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CLA 등에 탑재될 4기통 엔진의 생산과 공급이 지리의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지리 계열의 자율주행 기업인 천리에 벤츠가 투자하고 기술 협력을 진행하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2017년에 제정된 중국 국가 정보법으로 인해 중국 정부에게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벤츠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또한 중국 정부의 접근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비현실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성공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중국과의 협력과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이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 기업의 지분율이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벤츠에게 다른 선택지가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거대한 시장이기만 해도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한데, 압도적인 지배 주주까지 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안개 낀 아시아 대도시 거리를 달리는 메르세데스-벤츠,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



결론: 다른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라

오늘은 독일차 벤츠, 왜 중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나 에 대해 달아 보았습니다. 이러한 벤츠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바로 ‘상대가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2000년대 중국이 WTO에 가입했을 때, 서구 국가들과 학자들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통해 결국 민주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 낙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틀린 판단으로 드러났습니다. 서구 국가들은 또한 중국 기업들을 자신들의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 또한 잘못된 예측이었습니다. 중국의 정치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다르며, 기업들이 운영되는 방식 또한 일반적인 시장 경제 체제의 기업들과는 다릅니다. 벤츠가 중국에 ‘포획’된 것도 중국 기업들을 다른 일반적인 서구 기업들과 동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벤츠는 여전히 잘 팔리겠지만, 중국과의 밀착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복잡성과 각국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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