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만, ZF ADAS 사업 인수: 미래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거대한 움직임
지난 23일,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 에이다스(ADAS) 사업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무려 15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이 초대형 거래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반 만에 터진 삼성의 또 다른 ‘빅딜’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이 ‘삼성이 이렇게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늘은 삼성 하만, ZF ADAS 인수 미래차 승부수 에 대해 알아 보려 합니다. 과연 오디오 회사로 알려진 하만이 왜 카메라 기술을 인수했으며, 변속기 명가 ZF는 왜 핵심 ADAS 사업을 매각했을까요? 그리고 이 모든 것 뒤에 숨어있는 삼성의 진짜 야심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들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미래 자동차 산업의 지형 변화를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오디오 명가에서 전장 거인으로: 하만의 화려한 변신

아직도 많은 분들에게 하만은 ‘하만카돈’과 같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회사일 것입니다. 1950년대 시드니 하만과 버드 카돈이 설립한 이 회사는 앰프 기술로 급성장하며 1960년대 JBL, 1980년대 렉시콘(Lexicon), AKG, 터보 사운드(Turbo Sound), 알레니스(Allen & Heath), 사운드크래프트(Soundcraft) 등을 인수하며 전문 오디오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이후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등 유수의 브랜드들을 품에 안으며 로직 7(Logic 7)과 같은 서라운드 기술을 개발, 프로페셔널 오디오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만은 이러한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며 사업 영역을 자동차 전장(Automotive Electronics) 분야로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BMW 2세대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6세대 E클래스에 하만카돈 스피커를 공급하는 수준이었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틴 프로페셔널(Martin Professional), AMX, 뱅이놀루(Bang & Olufsen) 자동차 사업부, 시포니 텔레카(Symphony Teleca), 레드밴드(Red Bend) 등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했습니다. 그 결과, 하만은 ‘오디오를 잘 만드는 회사’에서 ‘자동차 전장 시스템을 잘 만드는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이 2017년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할 당시, 이미 하만 매출의 60% 이상이 자동차 전장 사업 부문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방증합니다.
삼성에 인수된 이후 하만은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전체를 설계하고 공급하는 회사로 한 단계 더 도약했습니다. 디지털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오디오 시스템까지 이 모든 것을 통합 패키징하여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S의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아우디 MMI, 그리고 앞으로 BMW 노이 에 클라스(Neue Klasse)에 적용될 차세대 아이드라이브(iDrive) 시스템 전체가 하만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것입니다. 하만은 명실상부 전 세계 자동차 실내 인케빈(in-cabin) 시스템을 지배하는 기업이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고시(Bosch)나 콘티넨탈(Continental) 같은 경쟁사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으로 점유율이 2020년 27.5%에서 올해 상반기 12.1%까지 떨어지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변속기 명가 ZF, ADAS 사업 매각까지의 과정

ZF는 BMW의 8단 자동 변속기로 잘 알려진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입니다. 변속기뿐만 아니라 댐퍼, 스티어링 시스템 등 수많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며 세계 자동차 부품사 순위 4위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ZF는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1990년대부터 ADAS 사업을 준비해왔습니다. 당시에는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나 ESC(차체 자세 제어 장치)와 같은 기초적인 기술이었지만, 이는 결국 차량이 스스로 제동하고 자세를 제어하는 자율주행의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ABS는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보다 컴퓨터의 판단을 우선시하여 바퀴 잠김을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로봇 제어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ESC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요 레이트 센서(Yaw Rate Sensor)를 통해 차량의 미끄러짐을 감지하고 개별 브레이크 제어로 차체 자세를 안정화하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ZF는 25년 이상 ESC를 개발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와 제어 기술을 축적했으며, 자체적인 ‘쿠빅스(Cubix)’라는 이름까지 붙일 정도로 자부심이 컸습니다.
2015년, ZF는 이러한 차체 제어 강점을 자율주행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 TRW의 자동차 사업부인 TRW 오토모티브(TRW Automotive)를 무려 120억 달러(약 13조원)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TRW는 우주 탐사선까지 만들었던 대단한 회사로, 특히 전방 카메라 하나로 주변 차량, 사람, 차선을 인식하고 제동 신호를 보내는 S-캠(S-Cam) 기술이 핵심이었습니다. ZF는 S-캠에 자사의 차체 제어 기술을 결합하면 미래 자율주행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TRW 인수에 이어 2017년 CES에서는 딥러닝 기반의 AI 컴퓨터인 ‘프로 AI(Pro AI)’를 선보이며 자동차 부품사 최초로 인공지능 시대를 열었습니다. NVIDIA의 드라이브 PX2 칩을 사용하여 30톱스(TOPS) 성능을 자랑했던 이 슈퍼 컴퓨터는 스캠과 레이더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최신 버전의 프로 AI는 모듈형 개방 플랫폼으로 진화하여, BMW iX3에는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 라이드(Snapdragon Ride) 칩이, 인포테인먼트 구동용으로는 삼성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책 한 권 크기의 이 컴퓨터는 영하 40도부터 영상 85도까지 극한의 온도와 진동, 전자파 간섭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자동차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프로 AI 탑재를 계획하며 ZF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문제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었습니다. TRW 인수 13조원, 2020년 상용차 브레이크 시스템 1위 기업 와브코(WABCO) 인수 9조원 등 6년간 총 22조원을 쏟아부으면서 ZF의 순부채는 100억 유로(약 15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예상보다 더딘 자율주행 전환 속도는 ZF에 심각한 재정난을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ZF 경영진은 ‘기계공학 본업에 집중하고, ADAS 사업은 긴급 현금 수혈을 해줄 수 있는 자금력 있는 회사에 넘기자’는 눈물의 구조조정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삼성 하만의 ZF ADAS 인수: 전략적 승부수

ZF의 재정난과 하만의 신성장 동력 모색이라는 양측의 니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삼성 하만은 ‘남들이 다 차려놓은 밥상’을 제값보다 싸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막힌 타이밍을 포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 하만은 왜 지금 ZF의 ADAS 부문을 인수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동차 회사들의 아키텍처 변화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인포테인먼트, ADAS 등 기능별로 부품들을 묶어 관리하는 ‘도메인 기반 아키텍처(Domain-based Architecture)’를 채택해왔습니다. 그러나 수백 가지 기능과 부품이 추가되면서 전선 길이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복잡성이 증대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후방 카메라가 ADAS 도메인에 속하고 컨트롤러가 차량 앞쪽에 있다면, 트렁크의 카메라부터 엔진룸의 컨트롤러까지 긴 전선이 연결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은 차량 무게 증가와 함께 잦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최신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OTA(Over-The-Air) 업데이트가 제대로 체감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도 바로 이 도메인 아키텍처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자동차 회사들은 ‘영역 기반 아키텍처(Zonal Architecture)’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차량을 앞, 중간, 뒤, 천장 등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통합 컨트롤러를 배치한 후, 이들을 중앙 슈퍼 컴퓨터에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케이블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BMW는 600m 단축), 무게를 절감하며, 중앙 슈퍼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차량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OTA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합니다. 테슬라(Tesla)의 FSD(Full Self-Driving)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BMW의 노이 에 클라스(Neue Klasse)의 ‘슈퍼 브레인’, 메르세데스-벤츠의 MBOS 하드웨어, 그리고 현대차의 ‘코다(CODA)’ 아키텍처도 모두 이러한 조널 아키텍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8년 2세대 아이오닉 5에 이 차세대 아키텍처를 완성하여 탑재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조널 아키텍처 시대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더 이상 개별 부품이 아닌, 특정 ‘존(Zone)’에 들어갈 ADAS와 디지털 콕핏을 통합한 ‘모듈’을 요구하게 됩니다. 하만은 이미 디지털 콕핏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오디오 브랜드,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R-HUD(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하만이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ZF의 ADAS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하만은 ADAS용 전방 카메라 (ZF S-캠), 레이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통합 슈퍼 컴퓨터인 프로 AI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하만은 고객사가 원하는 칩(NVIDIA 오리넥스 칩 , 퀄컴 스냅드래곤 820 등)을 박아 넣어 앞부분 모듈 전체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하만은 미래차 시장에서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통합 모듈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삼성 엑시노스 오토: 최종 목표를 향한 질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로 하만이 납품하는 프로 AI 슈퍼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자율주행용 및 인포테인먼트 구동용 칩을 모두 삼성의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칩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신 자동차용 칩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연산 성능이 23.1톱스 수준으로, 최신 ADAS용으로는 다소 부족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용으로는 게임, 영화 감상, 기능 조작 등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이미 BMW의 노이 에 클라스 모델에 엑시노스 오토 탑재가 확정되었고, 한때 제네시스 GV90에도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퀄컴 칩으로 대체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ZF ADAS 사업 인수를 통해 프로 AI 슈퍼 컴퓨터의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은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삼성 칩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더 고성능의 엑시노스 칩 개발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NVIDIA와 TSMC AI 동맹의 고비나 AI로 혁신을 선도하는 트리하우스의 도전과 같은 글을 통해 AI 및 반도체 산업의 동향을 파악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와 반도체 증시 활력 같은 블로그 글도 함께 참고하면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프로 AI 슈퍼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자율주행용 및 인포테인먼트용 칩까지 모두 삼성전자 칩으로 채워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삼성전자가 이번 ZF ADAS 인수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보안 플랫폼 Endor Labs Scores처럼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결론: 삼성의 전략이 가져올 미래
오늘은 삼성 하만, ZF ADAS 인수 미래차 승부수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하만의 ZF ADAS 사업 인수는 내년 하반기에 최종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하만이 자동차의 개별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였다면, 이제는 미래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인 ‘통합 컴퓨터 모듈’을 통째로 판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삼성과 하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조널 아키텍처 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까지 삼성 엑시노스 칩으로 채우려는 거대한 야망을 드러냈습니다. 2조 6천억 원짜리 삼성의 이 ‘승부수’가 앞으로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어떤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반도체 산업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대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