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자 GPU 개발 선언: 엑시노스의 운명과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승부수

최근 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소식은 바로 삼성전자의 독자 GPU 개발 선언입니다. 단순히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GPU를 넘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엑시노스(Exynos) AP에 탑재될 자체 GPU 아키텍처를 2027년 전후로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입니다. 이는 과거 암(ARM) 기반 말리(Mali) GPU나 최근까지 협력해 온 AMD RDNA 아키텍처 기반의 엑스클립스(Xclipse)와는 차원이 다른, 삼성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적 시도를 넘어, 다가올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선도하려는 삼성의 중대한 승부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 시대, 왜 독자 GPU가 필수적인가?

삼성 독자 GPU 아키텍처 홀로그램을 분석하는 한국인 엔지니어

이러한 전략적 변화의 핵심 배경에는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급격한 도래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증강현실(AR) 글래스,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인 XR(확장현실) 디바이스(구글과의 협력),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그리고 자율주행 차량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이제 모든 엣지 디바이스의 필수적인 기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디바이스들은 단순히 고성능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는 ‘낮은 지연 시간(Low Latency)’, ‘비용 절감(Cost Efficiency)’, 그리고 ‘개인 정보 보호(Privacy)’ 측면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성 엑시노스 AP에 탑재되는 AMD RDNA 아키텍처는 주로 PC 게이밍이나 콘솔 기기와 같이 ‘최고 성능(Peak Performance)’ 발휘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이나 엣지 디바이스 환경에서는 순간적인 최고 성능보다는 ‘지속 성능(Sustained Performance)’이 중요하며, 특히 엄격한 ‘전력 효율성’이 핵심 요구사항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스마트폰 배터리를 순식간에 소모하거나 발열로 인해 성능이 급락한다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따라서 RDNA 아키텍처를 모바일에 맞춰 튜닝하는 ‘설계(Design & Implementation)’ 수준을 넘어, 모바일과 엣지 AI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내부 동작 원리와 데이터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아키텍처(Architecture)’ 수준의 독자 개발이 삼성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입니다.

삼성 GPU 개발의 현주소와 경쟁 환경

엑시노스 AP가 탑재된 스마트폰에서 AI 연산을 시각화한 모습

현재 삼성의 엑시노스 2600 AP에는 AMD RDN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엑스클립스 GPU가 적용되어, 레이 트레이싱이나 AI 업스케일링과 같은 첨단 그래픽 처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AMD는 2023년에 GPU IP 라이선스 협력을 연장하며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독자 GPU 개발 선언은 기존 AMD와의 협력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IT 뉴스에서도 보도되었듯이 자체적인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삼성의 장기적인 전략적 행보로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설계(Design & Implementation) 수준을 넘어, GPU의 내부 동작 원리와 데이터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아키텍처(Architecture)’ 수준의 독자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경쟁사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퀄컴(Qualcomm)은 스냅드래곤 서밋을 통해 ‘엣지 AI’ 비전을 강력하게 주창하며, CPU, GPU(아드레노), MPU(헥사곤 프로세서), DSP 등 AP 내 모든 워크로드를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퀄컴은 특히 아드레노(Adreno) GPU를 통해 수십 년간 축적된 독자 아키텍처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정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유연한 성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처럼 외부 IP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통합 최적화의 영역입니다. 또 다른 강자인 애플(Apple)은 ‘유니파이드 메모리(Unified Memory)’ 구조를 통해 CPU, GPU, 뉴럴 엔진(MPU)이 단일 메모리 풀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데이터 이동의 병목 현상을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극대화했습니다.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OS)까지 수직 통합하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완벽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죠.



삼성의 핵심 강점: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으로의 전환

삼성 독자 GPU 아키텍처 홀로그램을 분석하는 한국인 엔지니어

삼성전자가 이처럼 과감하게 독자 GPU 아키텍처 개발에 뛰어드는 가장 큰 동기이자 핵심 강점은 바로 ‘메모리’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세계 최고 기술력입니다. 현대 컴퓨팅 시스템에서 GPU 성능의 최대 병목 중 하나는 바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 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CPU, GPU, MPU 간의 데이터 이동, 그리고 이들이 LPDDR과 같은 메인 메모리(DRAM)에 접근하는 과정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키며, 치명적인 지연 시간(Latency)을 유발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1, L2 캐시와 같은 온칩 메모리(SRAM)의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 주자로서, 이러한 메모리 특성과 최적화 방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Memory-Centric Computing)’은 앞으로 AI 시대 컴퓨팅의 핵심 패러다임이 될 것이며, 삼성은 메모리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캐시 계층을 가장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엔비디아(NVIDIA)가 고성능 S램 기반 AI 프로세서 개발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캐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결국 삼성은 파운드리, 시스템 온 칩(SoC) 설계, 메모리, 그리고 스마트폰과 같은 완제품 생산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 통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CPU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GPU에서 자체 아키텍처를 시도하며, 미래 AI 시대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입니다. 이는 과거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한 차례 아쉬움을 경험했던 삼성에게, 미래 반도체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성공을 위한 도전과 미래 전망

첨단 장비와 로봇이 칩을 조립하는 한국의 반도체 공장 전경

2027년까지 독자 GPU 아키텍처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는 기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단 2년여 만에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여기에 필수적인 드라이버, 컴파일러, 주요 게임 엔진 및 AI 프레임워크와의 호환성 확보 등 견고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투자, 그리고 최고 수준의 인적 자원이 요구됩니다. 물론 삼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물밑에서 준비해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첫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성능의 안정성, 지속적인 고성능 유지, 그리고 경쟁사 대비 최적화된 전력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과거 AMD RDNA 아키텍처를 엑시노스에 적용하며 모바일 환경에 맞춰 튜닝하는 과정에서 삼성은 분명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을 것입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개발하며 실제 실리콘 레벨에서 GPU의 병목 현상, 발열로 인한 스로틀링 패턴, 캐시 히트율, 메모리 대역폭 효율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해왔을 것입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제품화’ 경험이 자체 아키텍처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리라 예상됩니다. 초기에는 드라이버 안정성 문제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의 프레임 드랍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독자 GPU는 로열티 절감 효과를 넘어 AI 글래스, XR 헤드셋, 로보틱스,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로 확장되는 미래 시장에서 삼성에게 독보적인 기술적 우위와 시장 주도권을 가져다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설령 초기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GPU 설계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양성과 기술 축적이라는 무형의 자산은 삼성에게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입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의 독자 GPU 개발은 퀄컴의 아드레노나 애플의 M시리즈 GPU처럼 특정 워크로드에 완벽히 최적화된 강력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비전의 일환입니다. 이는 단순히 GPU 성능 경쟁을 넘어,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강점을 활용하여 CPU, GPU, MPU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강력한 ‘메모리 센트릭 AI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삼성의 심오한 전략적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7년, 삼성의 엑시노스 AP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그리고 모바일 AI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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