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굴기 빛과 그림자 심층 분석

중국 반도체 굴기: 겉만 번지르한 성장인가, 거대한 신기루인가?

지난 시간 일본 반도체 산업의 흥망성쇠를 통해 많은 시사점을 얻었듯이, 오늘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하고 미스터리한 반도체 강대국, 중국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우리에게도 큰 경각심과 통찰을 안겨주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특히, 중국 반도체 굴기가 과연 성공적인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거대한 거품 속에 감춰진 신기루에 불과한지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한국 반도체 굴기 빛과 그림자 심층 분석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반도체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보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같은 회사들은 2017년 3~4년이던 기술 격차가 2022년에는 6개월 이내로 좁혀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마치 ‘196단’, ‘216단’과 같이 3D 낸드의 층수를 경쟁하며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옆 건물이 50층인데 우리는 55층을 지었으니 더 높다는 식의 단순 비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특히 3D 낸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층을 쌓았느냐가 아닙니다. 그것을 만들기까지의 공정 단계, 투입된 비용,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얼마나 많이, 그리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율’과 ‘수명’입니다.

YMTC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선진 업체들에 비해 오류율이 높고 수명이 짧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데이터가 빠르게 오가야 하는 DRAM이나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특성상, 안정적인 신호 처리 기술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적 성숙도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의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심지어 애플에도 일부 납품된다는 소문이 돌았을까요?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압박과 보조금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핵심적으로 작용합니다. 당에서 정한 ‘미션’과 ‘마일스톤’을 정해진 데드라인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은 기업들에게 ‘충성 경쟁’을 유발합니다. 또한, 시장에서 150달러에 팔릴 제품을 100달러에 팔고 50달러를 정부 보조금으로 메우는 방식은 성능이 다소 떨어져도 가격 경쟁력을 통해 자국 시장을 잠식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강제적인 할당과 보조금 정책은 비효율적인 투자를 야기하며, 매출이 캐시 플로우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낳습니다. 실제로 YMTC는 한때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며, 이는 막대한 국가 자본이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강제 할당에만 소모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기술, 내실 없는 성장: YMTC의 그림자

첨단 기술의 상징인 3D 낸드 웨이퍼, 미묘한 불안정성 내포

중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는 바로 ‘내수 시장’입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내수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거치며 ‘담금질’을 통해 기술 기준, 전력 소모량,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면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이러한 담금질을 겪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이 존재했고,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일단 자국 내에서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굳이 당장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먼저 내부에서 자급력을 높인 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자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 외부로부터의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중국 시장에 생산시설까지 지으며 활발하게 진출했던 이유는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률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인한 막대한 반도체 수요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관공서의 2억 대에 달하는 PC에도 대부분 외국산 칩이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자국 생산은 미미했습니다. 이 거대한 수요가 중국 자체 시장을 ‘글로벌 시장’처럼 보이게 했으나, 실제로는 외부와의 경쟁 없이 내부에서만 자본이 순환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생산량 증대에는 기여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기술 혁신과 자생력 확보에는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투자와 수익의 선순환이 아닌, 정부의 강제적인 할당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수 시장의 딜레마, 담금질 없는 성장

국가 주도와 시장의 담금질 없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비유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SMIC(중신궈지) 또한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 매출과 점유율은 대부분 자국 내에서 발생합니다. SMIC의 가장 큰 고객은 화웨이(Huawei)의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이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SMIC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며,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습니다. 중국 내 6천 개가 넘는 팹리스 업체들이 SMIC의 고객이 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초정밀 7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보다는 레거시 공정을 선호합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초미세 공정은 여전히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 기업들의 전유물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분석하는 한국 기업인의 자신감 있는 모습

SMIC는 과거 TSMC 창업자와 교류했던 설립자가 이끌었고, 이후 AMD, 삼성, TSMC를 거친 ‘특S급 인재’ 양몽송을 CTO로 영입하며 기술 단축을 시도했습니다. 10나노 이하 공정으로 넘어가기 위해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을 추진했으나, 미중 제재로 인해 좌절되었습니다. EUV 없이는 7나노 이하 공정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SMIC가 ‘7나노 공정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EUV 없이 DUV(심자외선 노광장비)를 이용한 멀티패터닝 기술로 간신히 달성한 것으로, 공정 단계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수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방식입니다. 이는 ‘숫자에 집착’하는 중국 반도체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줍니다. SMIC는 이러한 방식으로 아직 죽지 않았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려 하지만, 근본적인 기술 장벽은 여전합니다. 이처럼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AI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SMIC의 고난과 기술 장벽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은 후진타오 주석 시절부터 시작되어 시진핑 집권 이후 ‘대국 굴기’의 핵심 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제조업 혁신과 딥테크 역량 강화를 목표로 ‘반도체 굴기’,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구호들이 등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인력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중국계 인재들을 모셔오는 ‘천인계획’을 추진했습니다.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 교수, 싱가포르 및 대만 인력, 심지어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 시니어 엔지니어들까지 고액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내세워 유치했습니다. 연봉의 세 배, 가족을 위한 국제학교, 외국인 전용 아파트와 의료시설 등은 매력적인 조건으로 비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치 전략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6년 계약을 맺더라도 3년 안에 암묵지(implicit knowledge)를 추출한 후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외국인 엔지니어들은 핵심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직함만 임원일 뿐 실질적인 권한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임원의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거나, 1대1로 직원을 붙여 기술을 전수받게 하는 등 철저히 기술 추출의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받은 거액의 연봉은 한국으로 송금하기 어려웠고, 외국인 전용 복지 혜택마저 실제로는 더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함정이었습니다. 중국의 폐쇄적인 문화와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은 결국 인재를 장기적으로 활용하고 정착시키는 데 실패하게 만들었습니다. 실력 위주의 미국 테크 기업 문화와는 대조되는 지점입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천인계획과 인력 유치의 그림자

중국 반도체 굴기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우한 홍신(Wuhan Hongxin), 즉 HSMC 사기 사건입니다. ‘우리가 10나노 이하 공정을 만들겠다’, ‘ASML의 EUV 장비 계약이 되어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고, 심지어 공장 부지, 가건물, 전용 레일까지 보여주며 2조 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초기 설립자 중에는 TSMC 출신의 저명한 인사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더욱 신뢰를 얻었으나, 이는 모두 사기극이었습니다. 결국 설립자 중 두 명은 사라지고, 나머지 한 명과 영입된 전문가는 회사의 실체가 없음을 뒤늦게 깨닫고 사기극을 폭로했습니다.

중국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회의적인 한국 엔지니어의 모습

이러한 대규모 사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지방정부의 ‘당에 대한 충성 경쟁’이 있었습니다. 중앙당의 ‘반도체 굴기’라는 지시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성과를 내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를 감행했고, 철저한 검토 없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감사 시에는 ‘미국 제재’, ‘해난사고’ 등 온갖 핑계를 대며 시간을 벌었고, 심지어 허위로 공장 직원 기숙사를 짓는 등 치밀한 연출까지 벌였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비효율성과 만연한 부패, 그리고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현재 부동산 부실과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경제 거품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앙당과 지방정부, 투자 주체 간의 부채 규모와 회계가 불투명하며, 실제 거품의 크기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정권은 ‘반도체 굴기’를 정권의 중요한 정통성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실을 숨기고 정책 방향을 계속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시진핑 정권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로,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서 미국이 노리는 핵심적인 약점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AI와 반도체 증시 활력 같은 주제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반도체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거품 경제와 정권의 운명: HSMC 사기 사건과 그 여파

오늘은 한국 반도체 굴기 빛과 그림자 심층 분석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복잡한 정치경제학적 문제입니다. 겉보기 성장과 수치에 집착하고, 거대한 내수 시장에 안주하며, 국가 주도의 비효율적인 투자를 강행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기술 자생력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천인계획을 통해 인재를 유치하려 했으나, 그들을 활용하는 방식 또한 비인간적이고 단기적인 기술 추출에만 머물렀습니다. HSMC 사기 사건처럼 막대한 국가 자금이 허위와 비리로 낭비되는 현실은 반도체 굴기 이면에 도사린 거대한 경제 거품과 구조적 위험을 경고합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시진핑 정권의 정통성마저 흔들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현재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직 시장의 담금질을 통해 얻어지는 진정한 경쟁력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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