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 컬렉션의 그림자: 현대 프로그래밍의 숨겨진 병목 현상
수십 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가비지 컬렉션(Garbage Collection, GC)을 현대 프로그래밍의 핵심 기반 기술로 여겨왔습니다. C++와 같은 언어에서 개발자가 직접 malloc과 free를 호출하며 겪었던 수동 메모리 관리의 악몽, 즉 보안 취약점과 치명적인 메모리 누수 문제에 대한 강력한 해결책으로 GC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GC는 개발자를 메모리 관리의 복잡성에서 해방시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안전성’이 성능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는 사실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애플이 버린 가비지 컬렉션: 혁신적 대안들 에 대해 알아 보려 합니다.
가비지 컬렉터의 근본적인 문제는 주기적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일시 정지시키는 ‘스톱-더-월드(Stop-the-World)’ 이벤트에 있습니다. 이 이벤트 동안 GC는 모든 객체를 ‘도달 가능(reachable)’ 또는 ‘도달 불가능(unreachable)’으로 표시하고, 도달 불가능한 ‘가비지’를 쓸어내듯 제거합니다. 문제는 이 일시 정지 시간이 예측 불가능하며, 특히 고성능이 요구되는 실시간 시스템이나 대규모 서비스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지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pple의 사례: Java에서 Swift로의 대전환
이러한 GC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Apple의 비밀번호 관리 서비스 마이그레이션입니다. Apple은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메모리 할당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기존 Java 기반 시스템이 Java Virtual Machine(JVM)의 가비지 컬렉션 한계에 부딪혔음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ZGC와 같은 진보된 가비지 컬렉터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ZGC는 메모리를 더 작은 영역으로 나누고 일부 작업을 동시 처리하여 일시 정지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교한 접근 방식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규모가 커지고 부하가 높아질수록 ZGC 역시 여전히 긴 일시 정지를 일으켰습니다. Apple은 이 문제를 직접 확인했으며, 워크로드에 맞춰 GC를 튜닝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사실 또한 마주했습니다.
영역 기반 방식은 메모리를 작은 구역으로 쪼개어 한 번에 전부 멈추지 않고 조금씩 나눠 처리하는 구조로, 특정 상황에서는 한 번에 길게 멈추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구역을 나누고 관리하며, 어떤 구역을 먼저 처리할지 판단하고, 객체 이동이나 메타데이터 유지와 같은 추가적인 관리 작업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서버 환경에서는 이러한 관리 비용이 누적되어 오히려 전체 성능 오버헤드를 키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결국, Apple은 가비지 컬렉션을 아예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고수준 언어인 Swift를 선택했습니다. Swift는 대신 자동 참조 카운팅(Automatic Reference Counting, ARC) 방식을 채택하여 GC가 제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참조 카운트는 객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순간 즉시 해제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가비지 컬렉션을 넘어서: 차세대 메모리 관리 모델들
이제 소프트웨어 업계는 단순히 ‘더 나은 GC’라는 점진적인 개선을 넘어, 근본적으로 더 나은 메모리 모델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습니다.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검증된 대안들이 이미 존재하며, 이들은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훨씬 뛰어난 경험을 선사합니다. 주요 대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소유권 모델 (Ownership Model)
- 러스트(Rust)와 같은 현대 언어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컴파일러가 객체 수명에 관한 엄격한 규칙을 강제합니다. 이를 통해 메모리가 언제 해제되는지를 코드 수준에서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는 컴파일 시점에 메모리 안전성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어, 런타임에 발생할 수 있는 GC의 예측 불가능한 지연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이는 개발자가 메모리 할당과 해제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지면서도, C/C++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메모리 오류의 위험을 크게 줄여줍니다.

- 스택 아레나 (Stack Arena)
- 자이(Jai)와 같은 언어에서 채택하는 방식으로, 객체를 배치 단위로 한꺼번에 할당하고 해제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한 프레임 동안 필요한 모든 객체를 ‘아레나’라는 특정 메모리 영역에 할당하고, 해당 프레임이 끝나면 아레나 전체를 통째로 해제해 버립니다. 이 방식은 개별 객체를 계속 추적할 필요가 없어 GC와 같은 복잡한 오버헤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특히 게임 개발, 고성능 컴퓨팅 등 짧은 주기로 많은 객체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 자동 참조 카운팅 (Automatic Reference Counting, ARC) 및 약한 참조 (Weak References)
- Swift에서 사용하는 ARC는 앞서 언급했듯이, 객체에 대한 참조 횟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참조가 0이 되는 즉시 메모리를 해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GC의 ‘스톱-더-월드’ 없이도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합니다. 다만, 상호 참조(cyclic reference)로 인한 메모리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약한 참조와 같은 추가적인 메커니즘을 개발자가 명시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는 GC에 비해 개발자가 메모리 그래프를 조금 더 신경 써야 하지만, 그 대가로 훨씬 높은 성능과 예측 가능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알고리즘을 고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더욱 똑똑한 언어와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데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개발자 측면에서는:
- 메모리 해제가 더 예측 가능해지면서 디버깅 부담이 줄어들고, 런타임 지연 및 성능 튜닝에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이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처럼 개발자의 역량이 중요한 곳에서 특히 빛을 발합니다.
-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집중하여 혁신적인 기능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 끊김 없는 응답성과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사용자 만족도와 서비스 충성도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애플이 버린 가비지 컬렉션: 혁신적 대안들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가비지 컬렉션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혁신이었지만, 현대 소프트웨어의 요구 사항 앞에서는 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러스트, Swift와 같이 진일보한 메모리 관리 모델을 통해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미래의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개발 여정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프로그래밍과 컴퓨터 과학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