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격랑: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끝나지 않는 대립

카리브해의 격랑: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끝나지 않는 대립, 그 심층 분석

휴양지가 늘어선 에메랄드빛 해변으로 유명한 카리브해, 이곳에 최근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의 강대국 미국과 남미의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 때문인데요. 도대체 이 두 나라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앙숙 관계를 유지하며 대립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카리브해의 격랑: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끝나지 않는 대립 에 대해 알아보려합니다.  이 복잡한 국제 정세의 이면을 ‘blog.eomeo.net’의 전문적인 시각으로 심층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해변과 긴장감을 암시하는 군사적 존재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유조선을 나포하고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현상금을 올리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제재 이후 첫 나포는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단순히 일회성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미국의 움직임은 USS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까지 투입하며 베네수엘라를 향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석유가 빚어낸 운명: 베네수엘라 경제의 흥망성쇠

메마른 사막의 유전과 빈곤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절망을 상징

베네수엘라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석유’입니다. 20세기 초반부터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한 베네수엘라는 당시 미국의 막대한 투자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수입했고, 베네수엘라는 거대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죠. 상호 보완적인 이 관계는 1970년대에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1976년,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은 석유 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하며 국영 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를 설립합니다. 1970년대 초반 오일 쇼크와 후반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석유는 단순한 자원을 넘어 국가 주권과 직결되는, 정치인들에게는 강력한 ‘프로파간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페트로 스테이트(Petro-state)’로 거듭나게 되죠.

이러한 흐름의 정점을 찍은 인물은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입니다. 그는 석유 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볼리바르 혁명’이라는 사회 정치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했습니다.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대규모 사회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했지만, 투명성 부족과 과도한 복지 지출은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고착화시켰습니다. 2000년대 중반 페데베사가 직접 출연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에만 연간 GDP의 7%에 달하는 13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유가 호황기에는 가능했던 이러한 정책들은 비석유 산업 육성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이어졌고, 결국 베네수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유가가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됩니다. 2016년 중반 이후 석유 생산은 급감했고, 2017년 이후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더해지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미국은 왜 베네수엘라를 미워하는가: 반미 노선과 지정학적 갈등

카리브해와 남미에 얽힌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대립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우호적이었던 관계는 차베스 집권 이후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차베스는 석유 국유화와 사회복지 확대 외에도 강력한 ‘반미 담론’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쿠바, 러시아, 이란 등 미국과 척을 지고 있는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카리브해 석유 동맹인 ‘페트로 카리베’를 주도했습니다. 고유가 시대의 오일머니를 이용해 카리브해 소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죠.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2년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쿠데타 시도였습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카르모나 임시 정부를 즉각 승인하면서 미국은 쿠데타 세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는 두 국가 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인권 및 언론 자유 문제를 비판했고, 베네수엘라는 미국 대사를 추방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습니다.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수입이 어려워지자 러시아, 중국과 같은 국가들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반미 진영에 합류하게 됩니다.

2013년 차베스 사망 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갔고, 미국은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는 마두로 대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베네수엘라 정치에 직접 개입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잠시 유화적인 제스처도 있었지만,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불안정 해소를 위한 조건부 협상에 불과했습니다.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마두로가 재집권하자,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정책은 다시 강경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와 난민 사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떠나는 가족,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 상징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과거 차베스 정권 시절의 ‘떵떵거림’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최악’이라고 평가됩니다. 석유 생산과 수출에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의존했던 탓에 유가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유가 호황기에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머니가 복지 정책에만 집중되고, 정작 국영 석유 회사 페데베사의 시설 투자나 재정비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던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유가 하락과 미국의 제재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은 90% 이상 급감했습니다. 1인당 국민 소득은 70% 이상 줄어들었고, 평시에 국가 경제가 전쟁 없이 이토록 쪼그라든 경우는 정말로 이례적인 상황으로 기록됩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돈을 마구 찍어내는 ‘포퓰리스트’ 정책을 펼쳤고, 이는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2016년 254%, 2017년 438%에 이어 2018년에는 무려 6만 3천%에서 10만%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인플레이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찢어지는 가난과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약 800만 명에 육박하는 난민이 발생하여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다음으로 많은 난민 숫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는 미국의 국경 문제와 국내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치고 있습니다.

카리브해의 복잡한 지정학: 마약, 범죄, 그리고 강대국들의 그림자

베네수엘라는 마약 밀매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되며 미국에게 또 다른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렌데 아라과’와 같은 범죄 조직은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되며 마약, 인신매매 등 온갖 끔찍한 범죄 행각을 벌이고 있어 국제적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는 지정학적 경쟁의 중요한 장이 되고 있습니다. 차베스 이후 베네수엘라가 확고한 반미 노선을 걸으면서 러시아, 이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군사적 지원과 무기를 제공하며 미국의 ‘뒷마당’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석유, 광물, 금융 및 통신 투자를 통해 베네수엘라를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어 공급망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안보 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서반구 지역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불법 이주 억제, 마약 밀매 카르텔 척결, 외부 세력의 영향력 차단을 강조합니다. 여기에 에너지 안보 이슈까지 고려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데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면전은 피할 것인가: 미래 시나리오와 베네수엘라의 버티기 전략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에게 경제 이슈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군사 개입은 자칫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와 같이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의 마약 밀매선이나 유조선을 공격하고 나포하는 등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여 예기치 않은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맞서 ‘버티기’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우방국들의 지원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반미 선전을 통해 국민들의 결속력을 다지려 할 것입니다.

한편, 올해 노벨 평화상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수여되었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 유력한 야권 후보였던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에 의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습니다. 이러한 노벨 평화상 수상은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인권 문제와 현 정권의 부당성을 국제 사회에 명확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카리브해의 격랑: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끝나지 않는 대립 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이에 맞서 버티기에 돌입한 베네수엘라. 두 국가 간의 갈등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리고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 미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blog.eomeo.net’은 앞으로도 이 중요한 국제 정세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독자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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