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AI 반도체 혁명: NPU 시대 선도 전략
AI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주변의 모든 산업과 삶이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특히, AI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는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NVIDIA)의 GPU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구글(Google)이 자사의 초거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3.0을 TPU(Tensor Processing Unit)로 전량 학습했다고 발표하며, 시장에 새로운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단순히 칩의 변화를 넘어, AI 인프라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신호이며, 특히 대한민국 AI 관련 기업들에게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시간에는 대한민국 AI 반도체 혁명: NPU 시대 선도 전략 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GPU의 한계와 NPU의 부상: 왜 지금인가?
많은 사람들이 AI 모델,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속도 저하를 연산 능력 부족 탓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H100, H200, B200과 구글의 TPUv7과 같은 최신 칩들의 연산력은 이미 인간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진정한 병목은 바로 ‘메모리’에 있습니다. LLM이 작동하는 시간의 80~95%는 모델 파라미터를 메모리에서 가져오는 데 소요됩니다. 캐시 메모리에 모든 파라미터를 담을 수 없기에, 필요한 데이터를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끊임없이 불러와야 하는데, 이 데이터 이동 과정이 순차적으로 처리되면서 전체 파이프라인의 속도를 저하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기존 GPU는 그래픽 렌더링부터 과학 연산까지 다양한 워크로드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범용 칩입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쿠다 코어(CUDA Core)를 넘어 텐서 코어(Tensor Core), 트랜스포머 엔진(Transformer Engine) 등 점차 NPU(Neural Processing Unit) 구조를 하이브리드로 채택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흐름의 복잡성과 모델 활용의 범용성 요구로 인해 효율성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LLM은 대부분 행렬 및 벡터 연산으로 커버 가능한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며, 심지어 그 구조가 더욱 단순해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TPU와 같은 목적형 칩(ASIC)인 NPU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CPU 시대에 캐시 메모리와 멀티코어가 병목을 해결했듯, GPU 시대가 병렬 연산의 한계를 넘어 메모리 중심 아키텍처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이는 NPU가 연산기 자체를 메모리에 가깝게 재설계하여 데이터 이동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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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다(CUDA) 해자의 균열과 한국의 기회

엔비디아가 오랫동안 AI 반도체 시장의 ‘무적’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GPU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쿠다(CUDA)’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있었습니다. 쿠다는 단순히 기술 스택을 넘어, 사실상 AI 인프라의 ‘언어’와 같았습니다. 모든 AI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 최적화 도구들이 쿠다 기반으로 구축되어, 개발자들이 GPU 코드를 직접 수정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게 해주었죠. 이것이 엔비디아의 절대적인 해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견고한 구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내부에서는 이미 파이토치(PyTorch)에서 XLA(Accelerated Linear Algebra)를 거쳐 TPU 코드로 직접 전달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쿠다는 배제됩니다. 비록 쿠다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지만, 쿠다 없이도 초거대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제 서비스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변화입니다. 게다가 기업들이 GPT-5나 Gemini 3.0과 같은 초거대 모델 대신,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20~700억 파라미터 수준의 ‘중형 모델’을 직접 구축하려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프레임워크와 컴파일러 구조 또한 목적형 가속기에 더욱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엔비디아가 장악하던 AI 컴퓨팅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국내의 많은 개발자들도 이런 AI 인프라 전환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NPU 기업들의 약진과 기술 혁신
이러한 전환점에서 대한민국은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더 이상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들었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AI를 구동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된 것이죠. 엔비디아 GPU의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 데이터센터 건설 및 전력 부족 문제는 학습이 아닌 ‘추론 비용’이 폭증하는 현실과 맞물려 기업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AI 서비스 기업들의 LLM 추론 비용이 전체 서비스 비용의 70~90%에 달하는 상황에서, AI 구동 비용을 줄이는 것이 곧 기업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등 실제 산업 전반에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AI의 모습이 부각되면서, 범용 GPU보다는 맞춤형 전용 가속기 NPU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충분한 AI 기반 사업을 가능케 하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내 기업들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 퓨리오사AI (Furiosa AI): 메타(Meta) 인수 소식으로 주목받았던 퓨리오사AI는 LLM용 고효율 NPU에 집중합니다. ‘레니게이드(Renegade)’는 범용 기능 대신 메모리 계층 데이터 흐름을 LLM 추론에 최적화하여 불필요한 오버헤드를 최소화합니다. LG AI 연구원의 엑사원(EXAONE)과 공동 연구 및 상용화를 추진하며, 2025년 B2B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산 LLM과 국산 NPU 조합으로 GPU 대비 전력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데이터센터 운영비 절감을 목표로 합니다.
- 리벨리온 (Rebellions): 국내 NPU 팹리스 기업 중 SKT 실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 상용 서비스에 사용되는 리벨리온은 ‘아톰(ATOM)’ NPU를 통해 SK텔레콤의 A.dot 통화 요약, 스팸 필터링, 금융 어시스턴트, X-ray 진단 서비스 등에 시범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산 LLM과 국산 NPU를 활용한 AI 인프라 자립도를 높이는 핵심 축입니다. 차세대 칩인 ‘리벨 쿼드(Rebel Quad)’는 H200 대비 약 3.2배의 토큰/초 성능을 목표로 하며, UCI 칩렛 구조를 통해 확장성을 확보, SKT, SK 하이닉스, KT,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AI 인프라의 핵심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리벨리온의 사례는 IT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 하이퍼엑스 (HyperX): 오직 LLM 추론 가속에 집중하는 하이퍼엑스는 메모리 대역폭 병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아키텍처를 설계합니다. 특히 HBM 없이 LPDDR 기반으로 아키텍처를 구성, 토큰 생성 과정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 플로우로 엮어 메모리 접근 패턴을 최소화하는 LPU(LLM Processing Unit)를 선보였습니다. 현재는 FPGA 기반 LPU 클라우드를 운영하며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며, GPU 대비 토큰당 비용을 대폭 낮춰 데이터센터 경제성 확보에 주력합니다.
- 모빌린트 (Mobilint): 서버용 팹리스뿐 아니라 온디바이스 및 엣지 AI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모빌린트는 AI PC, 스마트 가전, 보안 카메라, 엣지 서버 등 현장 단말기에서의 AI 구현을 목표로 합니다. LG 사이언스 파크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가전 및 로봇 기반 AI 적용 가능성을 실험 중이며, 한국 가정 생태계와 AI 칩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시도를 통해 한국형 스마트 가전과 국산 NPU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 딥엑스 (Deepex): 로봇, 드론, 산업 기기 등 초저전력 NPU에 특화된 스타트업 딥엑스는 ‘DXM’ 시리즈를 통해 수 와트(W) 수준의 전력만으로 수십 톱스(TOPS) 성능을 제공합니다. DXM1은 이미 로봇 드론용 SOC와 결합 사례가 많으며, 바이두(Baidu)와의 협업을 통해 로봇 OCR 데모에서 전력 대비 성능 우수성을 입증했습니다. 차세대 DXM2는 삼성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5W 미만에서 더 큰 트랜스포머 모델을 구동, 로봇 내 LLM 구동을 위한 초저전력 AI 칩을 지향합니다.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AI 반도체 생태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우 독특하고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산 LLM 개발사(KT, 카카오, 네이버 등),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스, 모빌린트, 딥엑스 등 다수의 국산 NPU 기업들, 그리고 통신, 가전, 로봇, 금융, 제조 등 즉시 실증 가능한 광범위한 산업군,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삼성, SK 하이닉스)까지 이 네 가지 핵심 요소가 한 국가에 물리적으로 집적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I 개발 인프라는 모델은 미국, 칩은 대만, 서버는 유럽, 실증은 아태 지역 등 여러 국가에 분산되어 있어 반복 실험 루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모든 요소가 ‘붙어’ 있기 때문에, 모델과 하드웨어가 함께 진화하는 ‘공동 진화의 언어’를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는 쿠다가 엔비디아의 모델-하드웨어 공동 진화의 언어였던 것처럼, 한국이 독자적인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소한 경쟁력입니다. 기존에 개인 서버 구축이나 오픈소스 활용 등 다양한 IT 기술을 다뤄왔던 블로그에서도, 이제 AI 반도체라는 핵심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AI 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
이러한 강력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한국 정부는 ‘AI 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을 연말에 발표했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독자 AI 모델과 NPU 패키지’입니다. 단순히 칩만 잘 만들거나 모델만 개발하는 것을 넘어, 국산 AI 모델(LLM 등)과 국산 AI 반도체를 아예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공공 및 민간 전반에 확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모델과 칩이 따로 개발될 때 생길 수 있는 생태계 성장 파급력 약화를 해소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이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국산 AI 반도체 패키지: 정부는 국가 대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팀을 선정하여 GPU 자원, 데이터, 연구비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AI 반도체-AI 모델 패키지를 공공 및 민간에 도입하고 확산하는 것을 공식 전략으로 제시하며, 국내 AI 기술 자립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 기술 혁신 파이프라인 구축: 연구실에서 개발된 칩이나 모델이 실제 데이터센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장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메우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모델 개발, NPU 최적화, 벤치마크 성능 검증, 클라우드 및 온디바이스 AI 실증, 그리고 실제 수요처(클라우드 기업, 통신사, 공공기관 등) 적용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파이프라인으로 묶어 지원합니다. 대규모 실증 인프라 구축이나 도시 단위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적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스타트업들에게는 실증의 기회를 제공하여 기술 상용화를 촉진합니다.
- 수요 창출 및 초기 레퍼런스 확보: 정부는 국가가 초기 레퍼런스 고객(앵커 수요)이 되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민생활 편의, 치안 등 공공 분야는 물론, 자동차, IoT, 가전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국산 AI 반도체-AI 모델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확산합니다. 이는 두 가지 레벨에서 이루어지는데, 국내용으로는 공공 서비스 및 행정 프로젝트에 국산 NPU 기반 솔루션을 적용하여 초기 시장 레퍼런스를 만들고, 해외용으로는 한국산 AI 모델과 NPU 패키지를 해외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제조 라인 등에 수출할 수 있도록 실증 및 개념 증명(POC)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이로써 단순 칩 수출이 아닌, ‘한국 공공/산업 분야에서 검증된 AI+NPU 패키지’라는 강력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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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NPU 생태계, 새로운 AI 시대를 열다
결론적으로, AI 칩 시대가 효율성 전쟁으로 바뀌면서, 대한민국은 매우 독특하고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GPU 시대의 쿠다 생태계가 모델과 하드웨어의 공동 진화의 언어였던 것처럼,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산 NPU 기업들의 혁신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 그리고 국내 산업의 긴밀한 협력은 ‘한국형 NPU 생태계의 언어’를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모델-하드웨어 공동 진화라는 해자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현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I 인프라의 진정한 병목이 연산이 아닌 메모리 대역폭, 레이턴시, 데이터 이동 비용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NPU와 같은 목적형 아키텍처는 처음부터 메모리 중심 구조로 데이터 흐름을 다시 짤 수 있다는 강력한 강점을 가집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NPU와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지금 이 시점은, 단순히 꿈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입니다. 대한민국 AI의 도약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앞으로 더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