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2조 5,000억 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착공했다.4
막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AI 인프라가 만들어 낼 부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250년 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던졌던 물음의 연장선에 있다. 이 글은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 대신,
(1) 국부론이 실제로 말한 ‘부의 원천’, (2) 국가 AI 컴퓨팅센터·국민성장펀드 같은 정책의 사실관계,
(3) 이를 둘러싼 쟁점과 지켜볼 지점을 출처와 함께 정리한다.
왜 지금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인가
수공업 시대에는 창업자와 숙련 장인이 사실상 기업의 주인이었다. ‘기술을 배우면 굶어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기술 그 자체가 자본과 대등한 협상력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소수가 자본을 집중적으로 소유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자본주의(capitalism)’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긍정어가 아니라
비판어에 가까웠다는 점은 지금 논의에서도 곱씹을 만하다.
이후 자본은 산업 자본(상품 생산으로 부를 만드는 영역)과 금융 자본(돈으로 돈을 버는 영역)으로
갈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통제되지 않은 금융 자본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 준 사건이었다.
위기 직후 ‘경제 민주주의’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실제 구제금융은 금융권 구제에 무게가 실렸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는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의 정치적 이탈을 설명하는 배경으로도 자주 인용된다. 거시적 흐름이 자산 가격과
개인의 삶을 어떻게 흔드는지는 거시 경제와 자산 방어에서 별도로 다뤘다.
국부론이 실제로 말한 것 — 부의 원천은 자본이 아니라 노동

스미스를 흔히 ‘자본주의 예찬론자’로 오해하지만, 국부론의 첫 문장은 정반대에 가깝다.
“한 나라 국민이 해마다 하는 노동은, 그들이 해마다 소비하는 생활 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근원적 자원”이라고
규정한다.1 즉 국부의 뿌리를 자본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에 둔 것이다.
스미스는 노동의 분업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그것이 곧 국부를 키우는 길이라고 봤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유로운
국제 분업을 강조한 그의 논리는,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려는 오늘의 흐름과 대비되어 다시 읽힌다.
이 관점을 한국 상황에 대입한 논의는 국부론의 한국적 재해석에서 이어진다.
핵심은 이렇다. 노동을 부의 원천으로 본다면, AI가 인간 노동을 대규모로 대체하는 국면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부를 누가, 어떤 근거로 나눠 갖는가’는 곁가지가 아니라 국부론의 본래 질문이 된다.
정량화의 시대에서 ‘관계의 경제’로 — 무엇이 바뀌나

산업화 시대는 세상을 숫자로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 1963년 로런스 허버트가 정립한
팬톤 컬러 매칭 시스템은 색마다 고유 번호와 잉크 배합을 부여해, 전 세계 인쇄소가 같은 색을 재현하게 만든
‘색의 공용어’였다.2 학문도 비슷했다. 초기 영장류 연구는 침팬지를 멀리서 관찰하며 감정 이입을
배제하는 정량적 접근을 ‘과학적’이라 여겼다.
그 통념을 뒤집은 사람이 제인 구달이다. 1960년 탄자니아 곰베에서 연구를 시작한 그는 침팬지 개체에 이름을 붙이고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도구 사용과 복잡한 사회 구조를 밝혀냈다.3 데이터 처리와 분석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AI가 등장한 지금, 역설적으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관계 맺기·공감·맥락 판단이
다시 값어치를 얻는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다만 이는 아직 검증된 경제 법칙이라기보다, 노동의 성격 변화에 대한
하나의 가설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국민 주주’론 — 사실관계부터

정책 논의를 다루려면 수치부터 확인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남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 규모는 2조 5,000억 원이며,
2028년까지 첨단 AI 반도체(GPU) 약 1만 5,000장 규모의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4
삼성SDS 컨소시엄(네이버클라우드·카카오·KT 등 참여)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그 재원의 일부로
국민성장펀드 출자가 활용됐다.7
여기서 ‘기업은 국민의 것’이라는 주장의 실마리가 나온다. 국민성장펀드는 AI·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산업을 겨냥한
약 150조 원 규모의 정책펀드이며, 이 가운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형 상품은 매년 6,000억 원씩 5년간 최대 3조 원 규모로 설계됐다. 배당소득은 9.9%로 분리과세되는
세제 혜택도 붙었다.5 AI가 만든 부의 일부를, 세금을 낸 국민에게 펀드 배당 형태로 되돌리자는
구상이 여기에 얹힌다.
둘째, 배당은 누구에게 얼마나 가나(전 국민 균등인가, 참여자 한정인가). 셋째, 손실은 누가 지나(원금 보장이 없다면 ‘배당’이
아니라 ‘투자’다). 이 세 가지가 분명해질수록 구호가 정책이 되고, 모호할수록 재분배 효과는 과장되기 쉽다.
주의할 점도 분명하다. 이런 정책은 ‘국민 배당’이라는 취지와 ‘관제 펀드’ 논란, 원금 손실 가능성이라는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배당 재원과 수익률이 실제로 국민에게 의미 있는 규모로 돌아갈지는 앞으로의 운용 성과로 확인해야 할
영역이지, 지금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에서 ‘5극 3특’으로 — 균형발전과 생산성
AI 시대의 부를 나누는 문제는 ‘누구에게’만이 아니라 ‘어디에’와도 얽힌다. 자원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될수록
지방 소멸이 빨라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노동생산성을 갉아먹는다. 정부가 내세운 ‘5극 3특’은
수도권·동남권·충청권·호남권·강원권의 5대 광역경제권에 세종·제주·전북의 3대 특별자치권을 결합해,
단일 도시가 아니라 권역 네트워크 단위로 성장 동력을 만들려는 균형발전 로드맵이다.6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서울이 아닌 전남 해남에 두는 선택은 이 구상과 맞물린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데, 솔라시도 일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 입지라는 이점이 있다. 조선·해상풍력 등 제조 역량을 에너지
인프라로 연결한다면, AI 연산 수요와 재생에너지 공급을 지방에서 함께 키우는 그림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잠재력이지
확정된 성과가 아니며, 전력망 연계·인력 확보·투자 회수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본의 정체에서 배우는 것 — 그리고 과잉 낙관의 함정

변화 대응 속도가 국가의 진로를 가른다는 점은 여러 사례에서 관찰된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 모델에 오래 머문 조직일수록
디지털·AI 전환에서 뒤처지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신기술 수용에는 강점으로 작동한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이를 ‘일본은 뒤처지고 한국은 앞선다’는 국민성 서사로 단순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정 산업·기업 단위의
전략 차이를 국민 기질로 환원하면 근거가 약해지고, 정작 필요한 제도·투자·규제 논의를 가린다.
실제로 AI 도입에 따른 인력 재배치는 이미 여러 IT·컨설팅 기업에서 진행 중이며, 이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낙관은 ‘AI가 거품인가 혁신인가’라는 반대편 질문과 함께 놓고 봐야 균형이 잡힌다.
결론 — 구호 대신 지켜볼 관찰 지표
‘AI가 만든 부를 국민과 나눈다’는 명제는 매력적이지만, 완성된 정책이 아니라 진행 중인 실험이다.
다짐이나 낙관 대신, 앞으로 다음 지표들을 수치로 지켜보는 편이 정확하다.
-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의 실제 수익률과 배당 — 원금 손실 여부, 국민 1인당 실질 수혜 규모
-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가동 시점과 활용 주체 — 2028년 목표 대비 진척, B2B에 편중되는지 여부
- 해남 인프라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 — 전력 수요를 실제로 친환경 전원으로 감당하는지
- 5극 3특 권역의 고용·투자 지표 — 수도권 대비 지방 권역의 실질 성장률 변화
스미스가 국부의 원천을 노동으로 본 것처럼, AI 시대의 부 역시 인간의 노동·관계·판단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분배의 정당성이 갈릴 것이다. 그 답은 선언이 아니라, 위 지표들이 몇 년에 걸쳐 그려 낼 숫자에서 확인될 것이다.
- 국부론 첫 문장(국부의 원천은 국민의 연간 노동) — 위키백과 ‘국부론’.
ko.wikipedia.org - 팬톤 컬러 매칭 시스템(1963년 로런스 허버트 정립) — Pantone, Wikipedia.
en.wikipedia.org/wiki/Pantone - 제인 구달의 1960년 곰베 침팬지 연구 — Wikipedia ‘Jane Goodall’.
en.wikipedia.org/wiki/Jane_Goodall - 국가 AI 컴퓨팅센터 해남 착공·2조5천억·2028년 GPU 1.5만 장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 국민성장펀드 약 150조 규모·국민참여형 5년 최대 3조·배당 9.9% 분리과세 — 시사저널e.
sisajournal-e.com - ‘5극 3특'(5대 광역경제권+3대 특별자치권) 균형발전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 해남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삼성SDS 컨소시엄·국민성장펀드 출자 —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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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수치는 착공·설계 시점 기준이며, 사업 진행에 따라 규모·일정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