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로 일상이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아래 수치는 특정 인용
연구의 결과이며, 개인차가 크고 ‘깊은 사고’가 우월함이나 결함을 뜻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퇴근길에도, 잠들기 직전에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를 문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상태다. 이런 특성을 ‘남들보다 우월한 뇌’로 포장하는 글이
많지만, 신경과학의 설명은 그보다 담백하다. 쉬는 순간에도 켜져 있는 뇌의 기본 회로가 있고, 그 회로는
창의성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반추(rumination)의 늪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은 (1) 그
회로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2) 깊은 사고가 언제 자산이고 언제 위험이
되는지, (3) 과부하를 다루는 근거 있는 방법을 순서대로, 수치의 출처와 함께 정리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란 무엇인가
뇌에는 특정 과제를 하지 않고 가만히 쉴 때 오히려 활발해지는 회로가 있다. 안쪽
전전두피질, 후대상피질, 설전부(precuneus) 등이 함께 움직이는 이 회로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 부른다.1 DMN은
멍하니 있거나 딴생각(mind-wandering)을 할 때 켜지며, 자전적 기억을 떠올리고, 미래를 상상하고,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참조적 사고를 담당한다.1

딴생각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기본값에 가깝다. 하버드 연구팀이 스마트폰 앱으로 성인 약 2,250명의
순간 경험을 25만 건 수집한 결과,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약 46.9%를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생각에 쓰고 있었다.2 다만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이
회로가 몇 % 더 활발하다”는 식의 단정적 수치는 개인·상황 차이가 커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같은
연구에서 딴생각을 하던 순간의 사람들은 대체로 기분이 더 낮은 편이었다. 연구진이
“방황하는 마음은 행복하지 않은 마음”이라 요약한 이유다.2 중요한
것은 이 회로가 누구에게나 늘 돌아가고 있고,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보다
어디로 흐르는지가 관건이라는 점이다.
같은 회로, 다른 결과 — 성찰과 반추의 갈림길
딴생각이 늘 해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곱씹느냐다. 심리학은 반복적
자기 사고를 두 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문제 해결을 향한 성찰(reflection), 다른
하나는 “왜 나만 이럴까”를 답 없이 되뇌는 브루딩(brooding·반추)이다. 여러 종단
연구에서 브루딩은 이후의 우울·불안을 예측한 반면, 통찰을 얻으려는 성찰은 그런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다.3

뇌 영상 연구에서도 우울 위험군은 DMN의 활동·연결성 변화가 반추 경향과 함께 관찰된다.4
즉 “깊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축복도 저주도 아니다. 같은 회로가 방향에 따라 통찰이 되기도
하고 소모적 반추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의 양보다 생각의 방향을 알아채는
훈련이 더 실질적이다.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나 — 두 신경망의 협력
“딴생각이 곧 창의성”이라는 단순한 등식도 정확하지 않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DMN 혼자가 아니라, 자유롭게
떠올리는 DMN과 그 아이디어를 평가·선별하는 실행제어망(executive control network)이
함께 작동할 때 나온다. 평소에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길항하는) 두 망이 창의적 과제
동안에는 손을 잡는다는 것이 뇌 영상 연구의 관찰이다.5
이 관점은 실천적 함의가 있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산책·샤워처럼 DMN이 자유롭게 도는 시간이
도움이 되지만, 그 아이디어가 쓸 만한지 가려내는 단계에서는 집중해서 붙잡는 힘이
필요하다. 발산과 수렴을 오가는 것이지, 멍한 상태만으로 결과물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더 깊이, 더 예민하게 처리한다는 것
세상을 더 진하게 느끼는 성향에도 이름이 있다.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등이 제시한 감각 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은 자극을 남보다 깊이 처리하는
기질을 가리킨다. 이런 특성을 강하게 지닌 사람은 인구의 약 15~20%로 추정되며, 정서
자극에 노출됐을 때 주의·공감·정보 통합과 관련된 뇌 영역이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보고됐다.6

깊은 처리는 이점과 비용을 함께 가진다. 남이 놓치는 결을 알아채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쪽으로 작동하면
강점이 되지만, 같은 예민함이 과부하로 이어지면 쉽게 지친다. 이 특성이 왜 피로로 연결되는지는
쉽게 지치는 예민한 사람의 뇌과학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다만 SPS는 진단명이 아니라 기질의 스펙트럼이라는 점에 유의한다.
과부하를 다루는 법 — 생각을 밖으로 꺼내기
끊임없이 도는 뇌는 인지적 과부하에 놓이기 쉽다. 몸은 쉬어도 머리는 계속 일하는
상태다. 이를 다루는 방법 중 근거가 비교적 탄탄한 것이 외부화(externalization),
즉 머릿속 생각을 글·말·그림 등 바깥 형태로 꺼내는 것이다.
제임스 페니베이커의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 연구들이 대표적이다. 감정적으로 힘든 경험을
하루 15분씩 며칠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참가자들은 이후 병원 방문이 줄고 정서적 안녕감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7 효과 크기는 연구마다 편차가 있어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아 형태로 만드는” 방향이 도움이 된다는 관찰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번아웃에 빠진 뇌가 보내는 신호를 함께 참고하면 과부하 초기 신호를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된다.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을 형식·맞춤법 신경 쓰지 말고 그대로 적는다. 다 쓴 뒤 마지막 한 줄에 “내가
지금 통제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적으면, 답 없는 반추가 작은 행동으로 전환된다. 말이 편하면
음성 메모로 대체해도 된다.
언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가
생각을 멈추기 어려운 상태가 일상 기능을 해칠 때는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신호일 수 있다. 다음에 해당하면 미루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한다.
- 답 없는 걱정·반추가 2주 이상 이어지고 잠·식욕·집중이 무너질 때
- 불안이 신체 증상(가슴 두근거림·호흡 곤란·손발 저림)으로 반복해서 나타날 때
- 부정적 생각이 자기 비난이나 삶의 의욕 저하로 번질 때 → 지체 없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생각이 많아서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다. 반추의 방향을 혼자 돌리기 어려울 때
개입이 필요한 것뿐이다. 인지행동치료처럼 반추 자체를 다루는 근거 기반 방법들이 있다.
결론 — 2주간 이 지표를 관찰하라
“깊은 생각은 특별함”이라는 구호보다, 내 생각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를 아는 것이
실질적이다. 앞으로 2주간 다음을 기록해보자.
- 머릿속을 맴돈 생각이 ‘문제 해결(성찰)’인지 ‘답 없는 곱씹기(반추)’인지 구분
- 하루 10분 외부화 실행 여부(글/음성)
- 딴생각이 기분을 낮추는 순간을 알아챈 횟수
- 수면 시간·규칙성
2주 뒤에도 반추가 줄지 않고 잠·기분·일상이 흔들린다면, 자기 관리와 병행할 전문적 도움을
고려한다. 생각의 깊이는 관리해야 할 특성이지, 증명하거나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다.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구성·기능(자기참조적 사고·딴생각·자전적 기억) — Neuron 20주년 리뷰 및 신경과학 개관.
Neuron (Cell) ·
MedLink Neurology - 깨어 있는 시간의 약 46.9%가 딴생각 — Killingsworth & Gilbert, Science(2010) “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
Harvard Gazette ·
PubMed 21071660 - 반추의 두 하위유형(브루딩 vs 성찰)과 우울·불안 예측 — Nolen-Hoeksema 외, Treynor 외(2003).
Rethinking Rumination (Sage) - 우울 위험군의 DMN 활동·연결성과 반추의 연관.
PMC10634292 - 창의적 아이디어 생성 시 DMN–실행제어망의 협력적 연결 — Beaty 외(2016), Scientific Reports.
Nature / Scientific Reports - 감각 처리 민감성(SPS)·깊은 처리·인구의 약 15~20% — Aron 외(2012) 리뷰 및 관련 뇌영상 연구.
Aron et al. (Sage) ·
PubMed 33561863 - 표현적 글쓰기의 건강·정서적 효과(병원 방문 감소 등) — Pennebaker 계열 연구, Baikie & Wilhelm(2005) 리뷰.
Emotional and physical health benefits of expressive writing (PDF)
※ 수치는 인용 시점의 연구 기준이며, 개인차가 큽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