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갈등, 그 이면에 숨겨진 사유 방식
최근 동아시아 정세는 그야말로 격랑에 휩싸여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은 단순히 영토나 경제적 문제의 차원을 넘어, 오랜 역사와 깊이 뿌리박힌 문화적, 사상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흔히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고 말하듯이, 한 민족의 언어와 그 언어가 형성하는 사고의 틀은 그들의 세계관과 행동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사유해 왔을까요? 일본의 세계적인 불교학자이자 인도철학자인 나카무라 하지메 교수의 걸작 ‘동양인의 사유 방법’을 통해 언어가 만든 중국인의 세계관 깊이 있는 탐구 에 대해 알아 보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중국인의 사유 방식이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구상적 지각의 강조: 눈에 보이는 것에서 시작되는 사고
중국인의 사유 방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구상적 지각’을 매우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이고 감각할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중국어의 뿌리가 상형문자에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구상적 사고방식의 강력한 증거입니다. 예를 들어, ‘날 일(日)’은 태양의 모습을, ‘달 월(月)’은 달이 이지러지는 모습을, ‘불 화(火)’는 불꽃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물 수(水) 또한 물이 흐르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죠. 이러한 언어적 특성은 중국인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를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형태로 이끌었습니다.
개념을 설명할 때도 구상적인 비유를 즐겨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비석에 글을 새기는 행위를 서양에서는 단순히 ‘새겨 넣었다’는 의미의 에피그래피(epigraphy)나 인크립션(inscription)으로 표현하지만, 중국인들은 ‘쇠와 돌에 새긴 글’이라는 뜻의 ‘금성문(金石文)’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씁니다. 추상적인 ‘길다’는 개념 대신 ‘천리길’을, ‘멀리 잘 본다’는 의미로 ‘천리안’을, ‘빨리 달리는 말’을 ‘천리마’라 부르는 것 또한 구상적 지각의 강조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언어적 관습은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서 비유와 은유가 크게 발달하는 배경이 되었지만, 동시에 철학적 추상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불교 수용 방식에서 드러난 구체성
중국의 구상적 사고는 외래 문화인 불교를 수용하는 방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인도 불교의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들은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더욱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으로 변모했습니다. 예를 들어, 선종에서는 우주의 참모습을 추상적인 ‘우주’라는 개념 대신 ‘산하대지(山河大地)’ 즉, 산과 강, 넓은 땅이라는 구체적인 지각 표상을 통해 설명합니다. 또한,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이나 참된 진실을 의미하는 인도 불교의 ‘본각(本覺)’이나 ‘진여(眞如)’ 같은 추상적인 용어 대신, 중국에서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이나 ‘본지풍광(本地風光)’과 같이 얼굴이나 자연 풍광을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용어의 선택은 중국인들이 감각으로 직접 지각할 수 있는 형태를 통해 복잡한 사유를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불교가 들어오면서 그림과 글이 결합된 독특한 예술 작품이 발전했습니다. 인도나 그리스에서는 그림과 글이 분리된 장르였지만, 중국에서는 달마도처럼 그림과 시(글)가 한 폭에 담기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이는 시각적 표상을 통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해하고 싶어 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반영합니다. 완전함을 나타내는 방식에서도 중국은 ‘원(圓)’을 중시했습니다. 성인의 마음은 원과 같이 원만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평면적인 원형이 모든 것을 갖추고 완전함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인도에서는 절대적인 완전함은 형상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구상적 사고는 중국 불교의 만다라 그림에서도 나타나는데, 티베트 만다라가 모래나 조각처럼 입체적이거나 일시적인 형태인 반면, 중국 만다라는 평면에 그려진 그림으로 존재합니다. 이처럼 중국은 도형이나 그림을 통해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형이상학적 개념조차도 시각적 표상과 결부하여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추상적 사유의 한계와 그 사회적 결과
구상적 지각을 강조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은 추상적 사유의 발달을 상대적으로 억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보편적인 개념을 추출하고 이론적 법칙을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산’을 지칭하는 단어(악, 봉, 매 등)는 많지만, 모든 산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산’이라는 추상적 관념은 서양만큼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늙음’이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로, 70세는 노(老), 80세는 모(耄)와 같이 특정 나이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표현은 있었으나, ‘나이가 많다’는 보편적인 추상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죽음’에 대한 표현도 황제가 죽으면 붕(崩), 제후는 흥(薨), 벼슬아치는 졸(卒), 일반 서민은 사(死)와 같이 신분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어, 보편적인 ‘죽음(die)’의 개념이 부재했습니다.
이러한 추상적 사유의 미발달은 서양의 과학이론 발달과도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서양에서는 물, 샘물, 강물 등 다양한 형태의 물에서 공통점을 추출하여 ‘H2O’라는 추상적 개념과 법칙을 만들어냈지만, 중국은 개별 현상에 대한 분류와 기술(기술)에는 강했어도, 그것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원리나 법칙을 찾아 추상화하는 작업은 미약했습니다.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에 인용된 보르헤스의 중국 동물 분류법은 이러한 비추상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파격적인지를 보여줍니다. ‘황제에게 속하는 것’, ‘향기로운 것’, ‘식용’, ‘지금의 분류에 포함된 것’ 등 지극히 주관적이고 구상적인 기준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 개념을 전달해야 할 필요성은 존재했고, 중국인들은 이를 위해 대립적인 두 가지 말을 함께 붙여 추상 관념을 표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대소(大小)’를, ‘길이’를 위해서는 ‘장단(長短)’을, ‘분량’을 위해서는 ‘다소(多少)’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이는 직접적인 추상어의 부재를 보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언어의 애매성과 비논리성이라는 고유한 특징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습니다.
대화와 논쟁의 부재: 비논리성과 사회 시스템의 형성
중국인의 사유 방식은 대화와 논쟁의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서양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왕들이 공식 논쟁 대회를 개최하고,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하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며 진리를 탐구했습니다. 이처럼 대화와 논쟁의 문화는 추상적 사유와 논리학 발달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이고 조리에 맞게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고대 중국에서는 엄격한 신분 사회와 중앙 권력의 독점적 지배로 인해 이러한 대화와 논쟁의 전통이 미약했습니다. 언어 자체도 비논리적인 특징을 지녔는데, 명사, 형용사, 동사의 단수/복수, 시제, 격변화에 대한 규정이 서양 언어보다 훨씬 적습니다. 심지어 중국 한시에서는 어순조차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문장 해석이 매우 어렵고 주석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는 불경 번역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인도의 추상적인 불교 경전이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번역이 곧 ‘반역’이자 ‘창작’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지시 대명사의 불분명함 등으로 인해 원문의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는 일도 흔했습니다.
이러한 대화와 논쟁의 부재는 사회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의 재판은 군주가 사법권을 독점하고 서류를 통해 판단하는 ‘사실 재판’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변호나 공개적인 토론 없이 관계자의 진술서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이었죠. 고대 그리스가 이미 기원전부터 노예에게도 항소권을 인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 사회에서는 권력자의 결정이 절대적이었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동양적 전제주의 문화는 과학적 사고의 발전이나 민주주의의 싹을 우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역사와 소설의 만남 자본주의에 대한 기록과 같은 글을 통해, 서양 중심주의적 사고를 경계하면서도 각 문화가 어떻게 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중국의 사상 혁명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보수적이고 변화를 꺼리는 경향은 그들의 고유한 사고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론: 사고 방식 이해를 통한 새로운 통찰
중국인의 사유 방식은 구상적 지각을 강조하고 추상적 사유나 논리적 대화가 상대적으로 미발달했다는 점에서 서양 문화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언어, 종교, 법률,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깊이 스며들어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현대 중국이 보여주는 고유한 사회주의 모델이나 국제 관계에서의 행보 또한 이러한 깊은 사상적 뿌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언어가 만든 중국인의 세계관 깊이 있는 탐구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오늘날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현상 너머에 있는 그들의 근본적인 사유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가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SNS 워딩 : 중국인의 사고방식, 단순한 문화 차이를 넘어 언어와 역사에 뿌리내린 깊은 이유를 아시나요? 상형문자, 불교 수용, 논리적 사고 방식까지, 서양과 극명하게 다른 중국의 본질을 파헤칩니다. #중국문화 #사고방식 #언어철학 #동양철학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