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금리가 뛰는 이 역설에 한국은행은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최근 대한민국 금융 시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는 오히려 급등하는 기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통화량이 늘어나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곧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전통적인 예측을 비웃듯,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역설을 초래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는 어떤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걸까요? 이번 시간에는 돈 풀어도 금리가 뛰는 이 역설 에 대해 알아보려합니다.
통화량 증가의 그림자: 원화 가치 하락과 자산 가격 폭등
한국은행이 돈을 대량으로 찍어내면 원화는 그 가치를 잃고 ‘휴지’와 같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우리 삶의 전반적인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또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을 폭등시킵니다. 강남 집값이 급등했던 현상도 한국은행의 통화량 증대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돈의 홍수 속에서 특정 자산만 불어나면서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스텔스 양적완화의 민낯: RP 매입의 변모
한국은행은 ‘스텔스 양적완화’라는 비판을 받으며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방식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었습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여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는 다시 자산 가격 상승과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RP 매입은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지만, 한국은행은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편법을 사용해 사실상 영구적인 돈 풀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은행이 국제 통화도 아닌 원화를 가지고 양적완화를 흉내 내는 것으로 비춰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성능 신규 자금의 위험: 국고채 단순 매입
RP 매입을 통한 간접적인 유동성 공급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한국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고채 단순 매입, 즉 돈을 직접 찍어내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고성능 신규 자금(High-Powered Money)’으로 불리며, 단순 통화량 증가를 넘어 신용 창출 효과를 통해 훨씬 더 큰 규모의 통화 팽창을 일으킵니다. 우리나라의 통화 승수가 14임을 감안할 때, 8조 원의 본원 통화 살포가 112조 원의 유동성 증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치솟는 것은 금융 시장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금리 급등의 진짜 이유: 외국인 불신과 인플레이션 기대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이토록 대규모로 돈을 풀고 있는데도 왜 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급등하고 있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 시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필사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원화와 한국 국채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금리 상승을 부추깁니다. 둘째, 한국은행의 무제한적인 돈 풀기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미래의 물가 상승을 상쇄할 만큼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됩니다. 셋째, 한국은행이 단기 RP 매입으로 단기 금리는 억제할 수 있었지만, 장기 국채는 매입하지 않아 장기 금리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현재의 금리 역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좀비 기업 연명: PF 대출 에버그리닝 효과와 도덕적 해이
한국은행의 돈 풀기는 단순히 금리 문제만을 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문제와 맞물려 ‘에버그리닝 효과(Evergreening Effect)’ 혹은 ‘좀비 효과(Zombie Effect)’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부실화된 PF 대출을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 억지로 살려내면서, 마땅히 정리되어야 할 좀비 기업들이 연명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은행들에게 ‘한국은행이 결국 막아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심어주고, 부실 채권을 제때 정리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장기적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2020년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지원을 위해 막대한 돈이 풀렸을 때, 우리는 구조 조정을 통해 부실을 정리할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 결과, 당시에는 작은 규모였던 PF 대출 부실이 4년 동안 누적되어 이제는 톡 건드리면 무너질 정도의 시한폭탄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행사들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언젠가 금리 인하로 이어져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고문’ 속에 버티다 결국 회사를 거덜 내고 말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경제적 후폭풍: 환율과 부동산의 미래
돈의 무분별한 살포는 환율 급등으로 이어져 원화 가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외환 보유액으로 환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돈 풀기는 결국 환율 방어선 붕괴라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돈의 공급은 늘어나는데 강남 부동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여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듭니다. 이는 자산 시장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국민연금 등판의 한계와 구조 개혁의 절박함
다가오는 2026년 초에는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여력이 생기면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은 한국은행이 뿌린 80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그마저도 절반은 달러에 투자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채 시장 전체를 안정시킬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의 역할은 몇 달짜리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결론: 고통스러운 수술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길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한국은행의 무차별적인 돈 살포로 인해 PF 대출 부실이라는 ‘상처’에 두꺼운 ‘연고’를 발라 놓은 상태입니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는 곪아가고 있습니다. 금리 급등은 이러한 위험의 ‘예고편’이며, 환율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은 ‘위험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2022년에 진작 시작했어야 할 구조 조정을 미뤄온 결과, 우리는 이제 더욱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단순히 적자 재정으로 문제를 덮어 놓기보다는,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환부 자체를 수술하여 곪은 부분을 도려내는 과감한 구조 개혁이 절실합니다. 이것만이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현재의 돈 풀기 정책은 단기적인 고통을 회피할 뿐,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릴 때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돈 풀어도 금리가 뛰는 이 역설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유익한 정보로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