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없는 나라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물 없는 대지 위의 생존 전략
이번 시간에는 강이 없는 나라들은 어떻게 생존할까 에 대해 알아보려합니다. 한국에선 강을 따라 도시가 생기고 문화가 형성된다. 한강의 푸른 물줄기를 보며 출근하고, 낙동강변의 정취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처럼 물이 풍요로운 환경은 결코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문명을 일구고 살아가는 나라들이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강이 없는 국가들’이 있다. 이들 국가는 어떻게 물을 구하고 도시를 만들며 생존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들의 생존 전략을 통해 기후 위기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다.
전 세계에 강이 없는 나라가 무려 19개
지구상에는 자연적인 강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총 19개국이나 된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건조한 사막 지형이거나 작은 섬나라, 혹은 도시국가다. 대표적인 예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22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졌지만 단 하나의 강도 없다. 리비아 역시 아프리카 북부의 광활한 땅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연 수로는 전무하다.
이외에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 반도 국가들 대부분이 강이 없으며, 태평양의 몰디브, 나우루, 투발루 같은 섬나라들, 유럽의 바티칸과 모나코 같은 도시국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대륙, 대양, 문화와 상관없이 하나의 공통점—’자연 강의 부재’—을 갖고 있다.
왜 이들 국가엔 강이 없을까?
강이 없는 이유는 단순히 ‘비가 안 와서’가 아니다. 강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강수, 지형, 지하 구조.
첫째, 기후적 요인.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간 강수량은 100mm에 불과하다. 한국의 여름철 장마 하루치 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렇게 적은 강수량은 물이 흐르는 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둘째, 지형 문제. 강은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물이 흐르면서 형성된다. 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의 지형은 대부분 평탄하거나 사막의 모래언덕처럼 불규칙해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 게다가 와디(Wadi)라고 불리는 간헐천 형태의 물줄기는 비가 온 직후에만 잠깐 나타났다가 금세 말라버린다. 이는 강이라기보다는 물웅덩이에 가깝다.
셋째, 지하 구조. 석회암 지대가 많은 중동지역은 비가 오더라도 빗물이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다시 지표로 올라오지 못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물이 표면에 머물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섬나라인 몰디브나 나우루, 투발루는 또 다른 이유로 강이 없다. 이들 국가는 지형이 너무 얕고 좁아 비가 오더라도 물이 고이지 않고 바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강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물 없는 나라들의 생존 전략: 첨단 기술과 집요한 노력

그렇다면 물 없는 나라들은 어떻게 생존할까? 그 답은 ‘기술’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자연이 허락하지 않은 물을 기술로 확보하며 생존하고 있다.
1. 해수 담수화 기술의 진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수 담수화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수백만 톤의 식수와 산업용수를 생산한다. 이 기술은 고온의 바닷물을 증류하거나 역삼투압(RO) 방식으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에너지다. 이 과정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이는 다시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소비로 이어진다.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담수화 기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 고대의 물, 화석수 추출
강이 없지만 물은 있다. 수천 년 전, 지금보다 습윤했던 기후에서 형성된 물이 지하 깊숙이 보존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를 화석수(fossil water)라고 한다. 사우디는 한때 이 화석수를 끌어올려 대규모 농업을 시도했지만, 이 물은 한 번 쓰면 다시 차오르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대부분의 화석수는 고갈되었고, 이제는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3. 하수 재활용과 빗물 수집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는 하수를 정화해 농업용수로 재활용하고, 몰디브는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수 시스템처럼 운영되는 셈이다. 특히 이들 국가는 저수지와 빗물 탱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빗물이 내릴 때마다 모든 가정과 산업시설이 물 저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4. 외국에서 물을 수입하다
일부 국가는 물을 아예 수입한다. 생수병이 아니라, 대형 유조선으로 수십만 톤의 물을 실어오는 것이다. 원래는 석유를 실었던 배를 세척해 물을 운송하는 방식이다. 단가는 낮지만 물류비, 항만비, 병입비용까지 더해지면 최종 가격은 상당히 비싸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5. 가상수 개념을 활용한 전략적 수입
곡물을 수입하는 것은 단순한 식량 확보가 아니다. 물을 함께 수입하는 것이다. 밀 1kg을 생산하는 데는 약 1,5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소고기 1kg에는 무려 15,0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이처럼 제품 속에 포함된 물의 양을 ‘가상수(Virtual Water)’라고 부르며, 많은 물을 사용하는 생산품을 수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물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한다.
도시 개발의 한계, 산업 인프라의 제약
강이 없으면 도시도 성장하기 어렵다. 도시 기능을 구성하는 하수도, 정수 시스템, 전력 설비, 공업단지는 모두 물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강이 없는 나라들은 대부분 해안에 도시가 집중되고, 내륙은 미개발 상태로 남는다. 수도관을 수백 km 묻어야 하기 때문에 내륙 확장은 비용적으로도 어렵다.
산업 또한 제약을 받는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하루 수천 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강이 없으면 냉각수 확보조차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는 첨단 제조업은 불가능하며, 서비스산업이나 금융, 관광 등 물 사용이 적은 산업 위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물류도 어렵다. 강이 없으면 도로를 연결하기도 어렵고, 사람 사는 지역이 국지적이기 때문에 물류망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감염병 대응, 화재 진압, 병원 운영도 물이 없으면 곧바로 마비된다. 물은 생존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강이 없는 나라들이 주는 교훈
우리는 물이 풍부한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한국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닐 수 있다. 댐 저수율이 낮아지고, 비가 쏟아지는 대신 가뭄이 길어지는 극한 기후가 빈번해지고 있다.
강이 없는 나라들은 우리의 미래를 미리 보여준다. 물을 재활용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물 관리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산업과 도시계획은 물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무분별한 물 사용은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결론: 사막 위의 기적, 인간 의지의 상징
강이 없다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두바이나 도하 같은 도시들은 현대 문명의 기적으로 불린다. 이들은 단지 돈이 많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의지, 과학기술, 효율적인 자원 관리가 삼위일체가 되어 만들어낸 성과다. 우리는 그들의 노력을 교훈 삼아, 지금의 수자원 환경을 더욱 아끼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 글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