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왜 항상 시끄러운가? 이스라엘과 시리아를 중심으로 본 현재 중동 정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의 이면
이번 시간에는 중동 정세를 흔드는 정치와 종교 에 대해 알아보려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갈등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중동 전쟁 또는 세계 경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십 년간 누적된 종교적, 정치적, 역사적 갈등이 응축된 국제 이슈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전면전이 시작됐고,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가자지구는 사실상 폐허가 되었다.
이후 국제사회의 중재로 2024년 1월,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교환 및 단계적 휴전에 합의했다. 1단계에서는 하마스가 살아있는 인질 25명과 사망자 포함 총 33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3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기로 했다. 합의 이행 후, 미국의 요청에 따라 1개월 연장 논의가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 물자를 무기 재건에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합의 연장을 거부하고 공습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 명분에 대해 중동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는 회의적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 연장을 방해하는 이유는 순수한 안보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 배후에 있다고 지적한다.
네타냐후의 정치 게임과 내치
이스라엘 내 정치 지형은 매우 복잡하고 파편화되어 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세력과 연합하여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입김은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공개되자마자, 연정 내 우파 정당 6석이 이탈하며 네타냐후의 과반 지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총 120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반 확보를 위해 최소 61석이 필요하다. 기존에 68석을 확보하고 있던 네타냐후는 우파 탈당 이후 62석으로 줄어들었고, 그 중 1석이라도 이탈할 경우 총리직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는 평화 협상보다는 전쟁 지속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다시 연정 지지를 일부 회복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3월 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가 자동 해산되는 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를 알고 있었고, 예산안 통과를 위해 연정을 다시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그는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국민 결집을 유도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시리아: 국가인가, 분열된 공간인가?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내전에 휘말려 지금까지도 안정되지 못한 국가 중 하나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오랜 독재로 반발을 불러오면서 내전이 발발했고, 각 지역은 다양한 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다. 현재 시리아는 사실상 다섯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 쿠르드족 자치 지역 (북동부)
- 트리키예(터키) 점령 지역 (북서부)
- 미국 주둔지 (남동부 유전지대)
- 반군 세력 거점 (남서부)
- 새 임시 정부(트리키예 후원)
이 중 임시 정부는 다마스쿠스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 쿠르드족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군 통합까지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는 트리키예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트리키예는 쿠르드족을 자국 내 분리주의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 쿠르드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극도로 경계한다.
종교와 민족, 그리고 식민 유산의 악순환
중동의 국가 경계는 대부분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열강에 의해 설정되었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은 종교, 민족, 언어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의해 편의적으로 나뉘었고, 이는 소수 종파의 권력 장악과 다수파의 반발이라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예를 들어, 레바논은 마론파 크리스천의 권한을 중심으로 건국되었지만, 현재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인구가 각각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전, 정치 공백, 국정 마비가 반복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차라리 분할 독립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국경 설정은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 전략의 전형으로, 중동의 비극적 역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슬람 세계의 극단주의 해석 문제
이슬람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종교이며, 실제로 온건파 이슬람은 수많은 나라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는 샤리아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거나 영향을 미치며 인권과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들 극단주의 정권은 무슬림이 타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처벌하며, 선교와 전도도 철저히 금지한다. 내부적으로는 같은 무슬림 간의 신앙 해석 차이마저 탄압의 이유가 되며, 정치적 반대자에게 종교적 이단성을 씌워 처형하기도 한다. 이는 이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문자주의적 해석과 정치 권력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로 시리아 신정부는 외형상 온건한 이슬람 정권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정권 내부에는 알카에다, IS 출신의 극단주의자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외부 극단주의 용병들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꾸미기 위해 수염을 다듬고 양복을 입지만, 이념과 방식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한국 외교의 전략적 고민
한국 정부는 최근 시리아 임시정부와 수교를 추진하며 중동 외교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확보, 재건 사업 진출,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 정권의 정당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시리아 내부가 여전히 극단주의 세력, 쿠르드 민병대, 반군, 외국군 주둔 등으로 뒤얽혀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수교 추진은 한국 외교의 신중함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외교적 인정이 곧 정당성 부여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국제 사회와의 보조를 맞추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결론: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중동의 불안정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 이 지역은 수천 년간의 역사, 수십 종교와 민족, 그리고 근대 식민 유산이 얽혀 있는 지구촌 최대의 화약고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시리아와 주변 국가들 사이의 긴장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들을 단순한 종교 갈등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목적, 외세 개입, 국경 설정의 역사, 그리고 종교 해석의 다양성 등 복합적 요인을 이해해야 한다. 중동의 평화는 협상과 양보, 포용과 이해에서 출발하며, 이 지역의 미래는 결국 극단이 아닌 균형에서 찾아야 한다.
중동은 여전히 과거의 유산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그 변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조용한 평화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도록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중동 정세를 흔드는 정치와 종교 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더욱 유익한 정보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