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이제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던지고, 참고 문헌까지 정리한다. 미국 직장인의 절반이 넘는
약 56%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쓰고, 대표 서비스인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9억 명을 웃돈다.1 이런 상황에서 “인간만의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구호처럼 들리기 쉽다. 이 글은 그 구호를 반복하는 대신,
(1) 창의성이 실제로 어디에서 나오는가(축적·질문·몰입), (2) 기술과 인문의 결합이 왜 여전히
차별점인가, (3) AI에 기댈 때 생기는 함정과 그것을 견제하는 자기 점검 지표를 연구 근거와 함께
순서대로 정리한다.
AI가 이야기까지 쓰는 시대, 무엇이 남는가
먼저 검색자가 가장 궁금해할 지점부터 짚는다. AI가 초안을 대신 써 주는데, 인간에게 남는 창의성의
영역은 어디인가. 2024년 Science Advances에 실린 대규모 실험은 이 질문에 구체적인 그림을
준다. 연구진이 작가들에게 AI가 제안한 이야기 아이디어를 주었더니, 개별 이야기는 “더 창의적이고 더
잘 썼으며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특히 원래 창의성이 낮은 사람에게서 효과가 컸다. 그런데
동시에 AI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들은 서로 더 비슷해졌다.2
즉 AI는 개인의 결과물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는 강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힘,
곧 발산적 사고와 문제 자체를 새로 정의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무엇을 물을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나온 답을 어떤 관점으로 연결할지를 정하는 일이다. 이 지점은
AI에게 어떻게 질문하는가(프롬프트 설계)와도 곧바로 이어진다.
창의성은 ‘축적’에서 나온다 — 빈 공간의 신화
창의성을 흔히 번뜩이는 영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새로운 연결은 이미 쌓아 둔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료, 관찰, 남의 문장에 대한 내 반응이 축적되어 있어야 서로 다른 조각이 예기치 않게
맞붙는다. 20세기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방대한 저작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제텔카스텐(Zettelkasten, 메모 상자)’이 대표적이다. 개념 하나를 카드 한 장에 적고, 그 옆에 “내가
왜 이걸 중요하게 봤는가”라는 자기 생각을 함께 달아 카드끼리 연결해 두는 방식이다.
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습관이다. 오늘날에는 옵시디언·노션·에버노트 같은 앱으로 같은 원리를 구현할 수
있지만, 앱이 사고를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정보를 잘게 나누고, 그 정보에 내 언어(메타 언어)를
덧붙여 구조화하는 반복이 곧 재료를 쌓는 일이다. AI가 요약과 검색을 대신할수록, 그 재료를
‘무슨 기준으로 골라 어떻게 연결할지’를 정하는 사람의 편집 능력이 더 희소해진다.
카드(메모 앱의 노트 한 개)에 옮기고, 바로 아래 “왜 와닿았는가”를 한 줄로 적는다.
일주일에 한 번, 카드들 사이에 연결선을 그어 본다. 정보의 저장이 아니라 ‘연결’을 만드는
순간이 창의성의 재료가 된다.
질문을 바꾸면 답이 바뀐다 — 프롬프트 이전의 문제 설정
우리는 대개 남이 던진 질문에 답하며 산다. 그러나 같은 상황도 질문의 프레임을 바꾸면 인식과 답의
흐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묻는 것과, “지난달에 마음이 편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대답을 끌어낸다. 후자는 추상적 자기 평가 대신 구체적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재구성, 그것이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이 능력은 AI 시대에 값이 더 오른다. 생성형 AI의 출력 품질은 결국 질문의 품질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좋은 답을 얻는 사람은 더 정교하게 묻는 사람이고, 정교하게 묻는 능력의
뿌리는 문제를 다르게 정의하는 습관이다. AI가 답을 값싸게 만들수록, 무엇을 물을지 정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고 더 인간적인 영역으로 남는다.
몰입(Flow): 창조가 일어나는 심리 상태

창조는 편안한 상태보다 몰입 속에서 자주 일어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1975년 이 상태를 ‘플로우(flow)’로 개념화했다.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자의식이 옅어지며, 활동과
하나가 되는 완전한 몰입의 순간이다.3 그는 이런 몰입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수동적 여가(예: TV 시청)보다 더 깊은 만족과 연결된다고 봤다.
플로우가 나타나는 조건은 비교적 분명하다. 목표가 뚜렷하고, 즉각적 피드백이 있으며, 과제
난도가 내 실력과 균형을 이룰 때다.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해 몰입이 깨진다.
몰입을 만드는 힘의 하나는 ‘재미’다. 흥미가 있어야 주의가 붙들리고, 주의가 지속되어야 새로운 연결이
일어난다. 몰입과 주의력을 다루는 뇌과학적 접근은
몰입과 미루기 습관을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이어진다.
기술과 인문의 결합 — 바우하우스에서 애플까지

창조적 도약은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주 일어난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아이패드2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인문학, 교양과 결합할 때 비로소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하며 무대에 ‘인문학 거리’와 ‘기술 거리’가 교차하는 이정표를
띄웠다.4
이 철학의 뿌리 중 하나가 바우하우스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기존 미술학교와 공예학교를 합쳐 세운 이 학교는, 예술과 기술·공예와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기능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다.5 금속공예·가구·타이포그래피·직조 등 다양한 공방에서
실용성과 디자인을 하나로 묶었고, 이 ‘융합’ 정신은 이후 직관적 사용성과 인간 중심 설계를 앞세운 디지털
제품 철학으로 이어졌다. AI 시대에도 차별점은 순수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 인문적 관점에 있다.
AI의 함정 — 개인은 똑똑해지고 전체는 비슷해진다
AI를 창의성의 도구로 쓸 때 놓치기 쉬운 위험이 있다. 앞서 본 Science Advances 연구는 이를
‘사회적 딜레마’로 표현한다. 개인은 AI 덕분에 더 나은 결과를 내지만, 모두가 같은 모델의
제안을 받으면 집단 전체의 다양성은 좁아진다.2 글쓰기·아이디어
발상·광고·시각예술 등 여러 창작 영역에서 이런 동질화 경향이 관찰됐다.
배경에는 빠른 확산이 있다. 맥킨지의 2025년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약 78%가 하나 이상의
업무 영역에서 AI를 쓴다고 답했다.6 도구가 표준이 될수록 결과가 평균으로
수렴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AI를 ‘초안 생성기’로 두되, 발상의 초기 단계는 사람이 먼저
하고, AI의 제안은 검증·확장의 재료로 쓰는 순서가 다양성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AI를 언제 개입시키고
언제 빼는지가 곧 창의성 관리의 핵심이 된다.
결론 — 4주간 이 창의성 지표를 관찰하라
창의성은 “더 창의적이 되자”는 다짐이 아니라 반복하는 습관으로 길러진다. 앞으로 4주간
다음을 기록해 보자.
- 하루 카드(메모) 수와 그중 서로 연결한 카드 수 — 축적이 아니라 연결이 핵심
- AI에 던진 질문 중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낸 뒤 물은 비율 (AI 선(先)의존 견제)
- 주간 몰입(플로우) 경험 횟수 —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작업 시간
- 완성물이 기존 평균과 얼마나 다른가를 스스로 1~5점으로 평가(동질화 자가 점검)
네 지표 중 2번과 4번이 계속 낮게 유지된다면, AI에 발상 초기 단계까지 넘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도구는 결과를 값싸게 만들지만, 무엇을 물을지·왜 그것이 중요한지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 생성형 AI 이용 통계(미국 직장인 약 56% 업무 활용, 챗GPT 주간 활성 이용자 9억 명대) — 업계 집계 자료.
masterofcode.com ·
getpanto.ai - “생성형 AI는 개인 창의성을 높이지만 집단의 다양성은 줄인다” — Doshi & Hauser, Science Advances (2024).
science.org (sciadv.adn5290) - 플로우(몰입) 개념·조건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PositivePsychology.com -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인문학과 결합할 때” — 스티브 잡스, 2011 아이패드2 발표.
Harvard Business Review - 바우하우스 1919년 바이마르 설립·발터 그로피우스 — 개요.
Britannica ·
The Met - 기업의 AI 도입 확산(2025년 조사에서 약 78%가 하나 이상 업무에 AI 사용) — McKinsey 인용 집계.
generative AI adoption 집계
※ 수치는 인용 시점의 조사·연구 기준이며, 게시 전 최신판 여부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