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6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6,000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약 90분간 기조연설을 했다.1 이 연설은 “고품질 학습 데이터가 바닥나 AI 발전이 정체될 것”이라는 이른바 데이터 고갈론에 대한 반박이자, 엔비디아가 다음 성장 축으로 삼은 피지컬 AI(Physical AI)의 로드맵 발표였다. 이 글은 연설의 인상적인 문구를 나열하는 대신, (1) 그가 제시한 3단계 스케일링 법칙, (2) AI의 네 물결과 코스모(Cosmos) 플랫폼, (3) ’50조 달러 시장’과 ‘로보틱스의 챗GPT 순간’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출처와 함께 정리한다.
데이터 고갈론에 대한 반박 — 그가 실제로 한 말
당시 업계에서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더 키우려 해도 학습에 쓸 양질의 데이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젠슨 황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의 논지는 두 갈래다. 첫째, 인류가 앞으로 만들어낼 데이터의 양이 계속 폭증한다는 것, 둘째,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와 시뮬레이션으로 스스로 학습 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2
이 두 번째 지점이 뒤에 나오는 코스모 플랫폼의 핵심 논거가 된다. 실제 세계에서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시험하는 일은 비싸고 느리며 때로는 불가능한데, 가상 환경에서 물리 법칙에 맞는 영상을 생성해 학습시키면 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2 즉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진단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무력화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3단계 스케일링 법칙 — 사전학습·사후학습·추론

연설의 뼈대는 세 가지 스케일링 법칙이었다. 각 단계는 서로 다른 지점에 연산을 투입해 지능을 끌어올린다.3
| 단계 | 핵심 | 비유 |
|---|---|---|
| 사전학습 (Pre-training) |
더 많은 데이터·더 큰 모델·더 큰 연산 | 학교에서 기초를 쌓는 과정 |
| 사후학습 (Post-training) |
강화학습·인간 피드백으로 다듬기 | 졸업 후 코치·멘토의 피드백 |
| 추론 (Test-time) |
답하기 전에 ‘생각’하며 연산 투입 | 어려운 문제를 오래 고민하기 |
세 번째인 추론 단계는 2024년 공개된 OpenAI의 o1 계열처럼 답을 내기 전에 더 오래 사고하는 방식으로, 재학습 없이 추론 시점의 연산을 늘려 성능을 높인다.3 젠슨 황은 이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한 AI 성능 향상은 멈추지 않으며, 그만큼 연산 수요(즉 GPU 수요)도 계속 커진다는 결론으로 이어갔다. 스케일링 법칙 설명이 결국 자사 하드웨어의 지속 수요 논리로 귀결된다는 점은 감안하고 들을 필요가 있다.
AI의 네 물결 — 인식·생성·에이전트·피지컬
젠슨 황은 AI의 발전을 네 개의 물결로 정리했다.1
- 인식 AI(Perception AI): 이미지·소리·문장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단계. 컴퓨터 비전과 음성 인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 생성 AI(Generative AI): 의미를 이해해 글·이미지·소리를 새로 만들어내는 단계. 챗봇과 이미지 생성이 대표적이다.
- 에이전트 AI(Agentic AI): 인식하고 추론·계획한 뒤 스스로 행동하는 단계. 개인 비서형 AI가 이 흐름에 속한다.
- 피지컬 AI(Physical AI): 마찰·관성·인과 같은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단계. 자율주행차·로봇이 여기 있다.
엔비디아가 2025년의 무대로 지목한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즉 에이전트 AI에서 피지컬 AI로 넘어가는 지점이다.4 각 물결이 앞선 물결을 대체하기보다 층층이 쌓인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생성 AI가 어떻게 산업을 바꾸는지는 생성형 AI가 바꾸게 될 미래에서 별도로 다뤘고, 이번 연설의 방점은 그다음 단계인 피지컬 AI에 찍혀 있었다.
코스모(Cosmos) — 피지컬 AI를 위한 ‘세계 모델’

연설의 핵심 발표는 코스모(NVIDIA Cosmos)였다. 코스모는 물리 세계를 이해·시뮬레이션·생성하도록 만든 세계 기반 모델(World Foundation Model) 플랫폼으로, 로봇과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학습용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낸다.5 엔비디아에 따르면 코스모의 모델들은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으로 학습됐다.2
주목할 점은 배포 방식이다. 코스모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내려받아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개방형 모델 라이선스로 공개됐고, 허깅페이스와 엔비디아 API 카탈로그에서 이용할 수 있다.5 원문에서 ‘코스모’로 표기된 이 플랫폼의 정확한 이름은 Cosmos다. 1X·피규어AI(Figure AI)·어질리티·XPENG, 그리고 우버 등 로봇·자율주행·모빌리티 기업들이 초기 도입사로 이름을 올렸다.5
‘로보틱스의 챗GPT 순간’과 50조 달러 — 표현을 어떻게 읽을까
젠슨 황은 “일반 로보틱스를 위한 챗GPT 순간이 코앞에 와 있다“고 표현했다.2 챗봇이 생성 AI를 대중화했듯,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로봇도 비슷한 임계점을 곧 지날 것이라는 비유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제조·물류·자율주행 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기회의 규모를 약 50조 달러로 제시했다.6
다만 이 수치는 검증된 시장 규모라기보다 인접 산업 전체를 폭넓게 합산한 기회 추정치에 가깝다. ‘챗GPT 순간’도 시점을 못 박은 예측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비유다. 발표 주체가 해당 시장의 핵심 공급자인 엔비디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대형 숫자와 비유는 구체적 전망보다 서사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실제로 이 ‘순간’이 왔는지는 도입 기업 수, 상용 배치 사례, 단가 하락 곡선 같은 관찰 가능한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는 피지컬 AI의 산업 적용은 이제 막 초기 단계다.
엔비디아 vs 테슬라 — 개방형과 폐쇄형, 승부 판정은 이르다
코스모의 개방형 전략은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를 떠오르게 한다. 엔비디아가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개방형 생태계로 여러 제조사를 끌어들이려는 반면, 테슬라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통합한 폐쇄형 생태계로 자율주행과 로봇(옵티머스)을 밀고 있다. 개방형은 생태계 확산과 표준화에 유리하고, 폐쇄형은 최적화와 품질 통제에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두 전략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가 그랬듯 공존하며 시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 경쟁이 로봇·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개방 전략에도 학습·추론은 결국 자사 GPU와 CUDA 생태계 위에서 돌아간다는 점에서, ‘개방’의 층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결론 — 발표를 검증할 관찰 지표
CES 2025 기조연설은 “AI가 정체된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과, 다음 성장 축을 피지컬 AI로 못 박은 선언으로 요약된다. 화려한 비유와 큰 숫자는 발표의 일부일 뿐, 실제 진행 여부는 이후 지표로 드러난다. 앞으로 이 발표가 현실이 되는지 다음을 관찰해볼 만하다.
- 코스모 채택 사례 — 초기 도입사(피규어AI·1X·XPENG 등)의 실제 상용 배치가 늘어나는가
- 합성 데이터 성과 — 시뮬레이션 학습이 실제 로봇·자율주행 성능으로 이어진 검증 사례가 나오는가
- 추론 스케일링 확산 — 추론 시점 연산을 늘리는 모델이 주류로 자리 잡는가
- 개방 vs 폐쇄 — 엔비디아 진영과 테슬라 진영의 도입 규모·비용 곡선이 어떻게 갈리는가
기술 발표는 방향을 제시할 뿐, 검증은 숫자와 사례가 한다. 2025년 이후 이 네 가지가 어떻게 채워지는지를 보면 이번 연설의 무게를 다시 가늠할 수 있다.
- CES 2025 기조연설 개요·AI 네 물결(인식·생성·에이전트·피지컬)·청중 규모 — NVIDIA 공식 블로그.
blogs.nvidia.com - 데이터 고갈 반박·합성 데이터·코스모 2,000만 시간 학습·’로보틱스의 챗GPT 순간’ — CES 2025 보도.
CES.tech - 3단계 스케일링 법칙(사전학습·사후학습·추론)과 의미 — RCR Wireless.
rcrwireless.com - 에이전트 AI에서 피지컬 AI로의 전환 강조 — RCR Wireless.
rcrwireless.com - 코스모(Cosmos) 세계 기반 모델·개방형 라이선스·초기 도입사 — NVIDIA 뉴스룸.
nvidianews.nvidia.com - 피지컬 AI ‘약 50조 달러’ 기회 추정 — 관련 보도.
cryptobriefing.com - 코스모 세계 기반 모델 플랫폼 개요(기술) — arXiv 논문 2501.03575.
arxiv.org/abs/2501.03575
※ 수치·표현은 CES 2025(2025-01) 발표 시점 기준이며, 이후 진행 상황은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