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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캠핑

가을 캠핑

잘생긴 밤나무의 밤들은 다 떨어지고

웅웅 벌레들은 여름과 함께 물러가고

깡깡 마른 나뭇잎이 처량하게 굴러다닌다.

가을 밤 모닥불을 놓으니

세상 근심을 함께 태워 버린 듯 가벼워진다.

 

이번도  축령산 산마루를 찾았다

작은 캠핑장을 선호하는 지라

몇 팀 되지 않아 왠지 더 고즈넉 해 보이는 캠핑장

이제 날씨가 제법 추워 진지라

캠장님 맘과 달리 한가 해지겠거니

한  발 늦은 예약으로 파쇄석은 놓치고

데크로 예약했다.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듯한 안락함이 이번 컨셉 인 듯

출발 하기 전의 치열함을 다스릴 만한 여유를 충전한다

이러한 여유가

캠핑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캠핑이 그리워진 이유이다.

오후 6시가 지나면

깜깜해지고 이름 없는 산장 처럼

고요한 텐트 안에서

모닥불꽃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후후 불어가며 두란두란 얘기 꽃을 피운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도 모닥 불 빛을 보면

몇 분 안에 수다쟁이가 된다

이런 저런 얘기

불 건너 사람에게 인지

모닥불에게 고해성사 하는지

군고구마와 함께 구수한 얘기를 술술 풀어간다

일 얘기며

가족 얘기며

벌레 집 뽀록난 장작 얘기까지

정신 차려보니 깜깜힌 밤이 됐다

시계는 오후 7시도 안되었는데…

 

데크 사이트도 매력 있다

날도 좋고

우리만의 전세 캠핑인듯

2팀이서 점유하는 맛도 참 좋았다

 

 

트레일러를 후진으로

40m거리를 넣느라 한 10분 식겁하였지만

이제 이런 트레일러 후진도 잘 할 수 있다니 ㅋ

설치 전까지 겨를이 없었는데

마칠 때 생각해보니 유니크 한 좋은 추억을 또 쌓았다

 

 

생전 처음 접한 장작불 앞에

애땐 푸들 한 마리 자기 옷에 불똥 티는지 모르고

열 적외선을  즐기고 있다

보고 있자니 문득 멋 모를 20대 불나방 같은 시절, 좋은거만 보던 때가 스치듯 생각난다

더 기다리면 캠핑 요리 될까
꿀 잠을 방해하고 내 옆으로 불러 앉혔다

운치 있는 가을 캠핑을 보내고 사이킥 에너지가 충전 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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