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뇌가 멈추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짧게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뇌졸중은 우리에게 긴 고통과 장애, 그리고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특히 편마비, 언어 장애, 시야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인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뇌가 멈추기 전에: 뇌졸중 예방의 모든 것 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심도 있는 통찰을 담은 저서 ‘뇌가 멈추기 전에’와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뇌졸중에 대한 오해를 풀고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뇌졸중의 다양한 종류부터 골든아워 치료의 중요성,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법까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뇌졸중이란 무엇인가? 오해와 진실
많은 분들이 ‘뇌졸중’과 ‘중풍’을 혼동하거나, 뇌졸중을 단일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뇌졸중’이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에 유입된 일본식 한자 합성어이며, 영어로는 ‘Stroke’라고 불립니다. 뇌졸중의 정확한 정의는 ‘뇌가 외상이 아닌 이유로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 중 혈관에 의해 발생한 질환’을 의미합니다. 즉, 외부 충격 없이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뇌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한 매우 취약한 장기입니다. 태어날 때 신경 세포의 수가 최대이며, 이후로는 점차 감소하기만 합니다. 따라서 뇌졸중으로 인해 뇌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 이를 대체하거나 보충할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뇌졸중 예방과 조기 치료가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타임 이즈 브레인(Time is Brain)’이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뇌졸중 치료의 핵심 원리인 것입니다.
뇌졸중의 다양한 얼굴: 뇌경색과 뇌출혈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는 발생 원인, 치료법, 예후가 모두 다르므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뇌경색 (혈관이 막히는 경우)
뇌경색은 다시 세 가지 주요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큰 동맥 죽상 경화증(Large Artery Atherosclerosis): 뇌로 올라가는 큰 동맥에 동맥경화가 발생하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입니다. 목 초음파 검사 등으로 진단하며, 심근경색과 동일한 원리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소동맥 경화증(Small Artery Occlusion): 뇌 깊숙이 파고들어가는 작은 관통 동맥(소동맥)에 경화증이 생겨 막히는 경우입니다. 주로 고혈압이 원인이 되며,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 100%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방치하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 심인성 뇌경색(Cardioembolic Stroke): 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심장에서 혈전(피떡)이 발생하여 뇌혈관을 막는 경우입니다. 부정맥(특히 심방세동)이 주된 원인이며, 다른 유형보다 예후가 좋지 않고 심장 질환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2. 뇌출혈 (혈관이 터지는 경우)
뇌출혈은 뇌 내부에 병의 원인이 있는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 뇌실질 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 뇌의 작은 혈관이 터져 뇌 조직 내부에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소동맥 경화증과 같이 혈관 변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발생 후 출혈 부위가 계속 커질 수 있어 위험합니다.
- 지주막하 출혈(Subarachnoid Hemorrhage): 뇌를 둘러싼 혈관 중 큰 혈관이 터져 지주막 아래 공간에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환자들은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거나 즉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WHO 사무총장이었던 이종욱 박사님도 이 지주막하 출혈로 돌아가셨을 정도로 사망률이 40~50%에 달합니다.
뇌출혈은 뇌경색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욱 심각한 경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뇌는 물과 같은 비중을 가지고 있어 출혈이 발생하면 혈액이 쫙 퍼지기 쉽고, 단단한 머리뼈 안에 갇혀 있어 피가 고이면 뇌압이 급격히 상승하여 뇌를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뇌졸중 ‘골든아워’: 시간을 지켜라

뇌경색은 갑작스럽게 혈관이 막히는 응급 질환으로, 신속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승훈 교수님은 ‘골든 타임(Golden Time)’이 아닌 ‘골든 아워(Golden Hour)’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확한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정맥 주사 혈전 용해제: 혈전 용해제를 정맥으로 주사하는 치료는 증상 발생 후 4시간 반 이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 혈전 제거 시술 (동맥 내 혈전 제거술): 막힌 혈관에 직접 기구를 넣어 혈전을 꺼내는 시술은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 골든아워 동안 치료를 받으면,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어 이미 죽어버린 뇌세포 주변의 ‘반음영 부위(Penumbra)’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 부위는 아직 기능을 잃지 않았지만 혈류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는 영역으로, 이곳을 살리면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집니다. 뇌는 완전히 손상된 부위를 재생하지 못하지만, 남아있는 다른 신경 세포들이 재활을 통해 손상된 기능을 보완하는 ‘뇌 시냅스 가소성’ 덕분에 놀라운 회복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뇌경색 환자의 절반 정도는 치료 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됩니다.
반면 뇌출혈은 아직 뇌경색만큼 효과적인 응급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터진 혈관을 묶는 등의 수술적 방법이 있지만, 혈액이 뇌 조직에 퍼져 심각한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강력한 소염제 개발이 시급합니다. 이승훈 교수님의 스타트업인 세닉스 바이오테크(Senix Biotec)에서는 지주막하 출혈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소염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며, 현재 FDA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뇌출혈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입니다.
예방, 가장 강력한 무기: 생활 습관 개선의 힘

이승훈 교수님은 뇌졸중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별것 아닌 병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무엇보다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뇌졸중은 90% 이상이 본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된 ‘생활 습관병’이며,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후천적인 관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위험 요인과 관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높은 혈압은 뇌혈관을 가장 심하게 손상시키는 요인입니다. 뇌는 다른 장기보다 혈압 변화에 취약하므로, 혈압이 높다면 약물 치료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정상 혈압을 유지해야 합니다. 2~3개월간의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당뇨: 혈당 조절 실패는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벽을 손상시켜 뇌졸중 위험을 높입니다.
- 고지혈증: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관에 지방 침착이 발생하여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 흡연: 담배는 혈관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고 혈액 응고를 촉진하여 뇌졸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흡연은 무조건 뇌졸중 2단계 위험 요인으로 간주됩니다.
- 음주: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높이고 심장에 부담을 주어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불규칙적인 폭음은 특히 위험합니다.
- 비만 및 대사증후군: 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모든 위험 요인을 복합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체중 감량은 뇌졸중 예방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심방세동: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은 혈전 생성을 유발하여 심인성 뇌경색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미리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뇌졸중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나만의 뇌졸중 예방 플래너: 0단계부터 3단계까지
이승훈 교수님의 책 ‘뇌가 멈추기 전에’에는 개개인의 뇌졸중 위험도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100년 플래너’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는 자가 진단 툴킷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 지침을 제공합니다.
- 0단계 (아주 정상): 50세 미만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없고 평생 비흡연자이거나 10년 이상 금연한 일반인입니다. 이 단계에서도 살짝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뇌졸중 위험을 더욱 낮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1단계 (위험 요인 존재): 5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전단계, 이상지질혈증 등 한두 가지 위험 요인이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약물 치료는 필요 없지만, 식단 조절,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등 생활 습관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위험 요인을 낮춰야 합니다. 저처럼 50세가 넘었다면 자연스럽게 1단계에 해당될 수 있으니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리해야 합니다.
- 2단계 (약물 치료 필요): 고혈압, 당뇨 등 두 가지 이상의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심한 비만, 극심한 운동 부족, 흡연자, 잦은 폭음자 등이 해당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성실히 이행하고, 동시에 생활 습관을 강력하게 개선하여 더 이상의 악화를 막아야 합니다.
- 3단계 (뇌졸중 또는 심각한 병력): 이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각한 심뇌혈관 질환을 경험한 경우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승훈 교수님과 같은 뇌졸중 전문의의 집중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 치료와 꾸준한 재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분들은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병원을 찾아야 할 분들입니다.
이 플래너는 1년에 한 번 정도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뇌졸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물길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금 당장 약물 치료가 필요 없더라도, 미래의 뇌졸중을 막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건강한 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젊은 층 뇌졸중 증가와 사회적 비용
과거에는 뇌졸중이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죽상 경화증에 의한 뇌졸중이 젊은 나이에도 흔해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는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이 연령과 무관하게 뇌혈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우리나라는 뇌졸중 치료율에 있어서는 OECD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예방 및 관리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발생률이 증가하면 살아남은 환자 중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과 사회적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져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합니다. 뇌졸중은 단순히 개인의 질병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뇌 건강을 위한 우리의 약속
오늘 뇌가 멈추기 전에: 뇌졸중 예방의 모든 것 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뇌졸중은 우리가 고통스럽게, 그리고 길게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만드는 비극적인 질환입니다.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라면, 뇌졸중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다행히도 뇌졸중은 대부분 예방 가능하며,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이승훈 교수님의 말씀처럼, 뇌졸중 예방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담하여 적극적으로 건강 관리에 나서시길 바랍니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여러분의 뇌를 지키고,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선물할 것입니다. 건강한 뇌로 활기찬 삶을 영위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 바로 ‘뇌가 멈추기 전에’ 행동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