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 비트코인 암호를 깰 수 있을까 — 큐비트 원리부터 상용화 시점까지

구글이 2024년 12월 공개한 105큐비트 칩 윌로우(Willow)는 슈퍼컴퓨터로 10^25년(10셉틸리언 년)이 걸리는 벤치마크를 5분 만에 처리했다고 발표했다.1 이런 숫자는 “양자 컴퓨터가 비트코인을 곧 무너뜨린다”는 불안으로 번지곤 한다. 그러나 실험실 성능과 실제 암호 해독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이 글은 (1) 큐비트가 기존 비트와 무엇이 다른지, (2) 양자 컴퓨터가 잘하는 문제와 못하는 문제, (3) 비트코인 암호가 실제로 위험해지는 시점, (4) 상용화를 막는 물리적 장벽과 시장·정책 흐름을 수치의 출처와 함께 정리한다.

큐비트란 무엇인가 — 비트와 무엇이 다른가

PC·스마트폰 같은 고전 컴퓨터는 정보를 비트(bit)로 처리한다. 비트는 스위치처럼 0 또는 1, 한 상태만 가진다. 반면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 큐비트(qubit)는 양자역학의 두 성질을 쓴다.

0과 1을 동시에 갖는 큐비트의 중첩 상태를 시각화한 이미지
큐비트는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여러 경우의 수를 병렬로 다룬다.
구분 고전 비트 큐비트
상태 0 또는 1 0과 1의 중첩
병렬성 순차 처리 여러 상태 동시 표현
연결 독립 얽힘으로 상호 결정

중첩(superposition)은 0과 1을 동시에 갖는 성질이다. 큐비트 n개면 원리상 2ⁿ가지 상태를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어, 4큐비트면 0000~1111의 16가지를 동시에 다룬다. 얽힘(entanglement)은 두 큐비트가 서로 연결돼, 한쪽을 측정하면 다른 쪽 상태가 함께 결정되는 현상이다. 다만 중첩은 ‘동시에 정답을 계산해 꺼내는’ 마법이 아니라, 측정 순간 하나의 값으로 붕괴한다. 그래서 양자 알고리즘은 원하는 답의 확률만 키우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의미가 있다. 이 미묘함은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가 아직 열려 있는 것과도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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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는 만능인가 — 강점과 명확한 한계

결론부터 말하면 만능이 아니다. 양자 컴퓨터는 덧셈·뺄셈 같은 단순 사칙연산에서는 오히려 일반 계산기보다 느릴 수 있다. 이런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효율적 양자 알고리즘이 없기 때문이다. 강점이 드러나는 곳은 문제 크기가 커질수록 고전 방식의 계산량이 폭발하는 특정 유형이다. 소인수분해, 이산로그, 대규모 조합 최적화, 양자계 자체를 흉내 내는 분자 시뮬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즉 “모든 계산이 빨라진다”가 아니라 “특정 난제에서만 지수적 이득이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를 대체하기보다 하이브리드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일상 연산과 제어는 고전 칩이 맡고, 특정 난제만 양자 칩에 넘기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GPU 기반 시스템에 양자 처리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5

어디에 쓰이나 — 신약·소재·물류

양자 컴퓨팅으로 경로가 최적화된 미래 도시의 물류 시스템
대규모 최적화·분자 시뮬레이션이 양자 컴퓨터의 유력한 초기 응용으로 꼽힌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초기 응용은 세 갈래다. 첫째, 신약·소재다. 분자와 물질은 본래 양자적으로 움직이므로, 이를 고전 컴퓨터로 근사하면 계산량이 급증한다. 양자 시뮬레이션이 성숙하면 후보 물질 탐색과 반응 예측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아직은 연구 단계이며 ‘개발 기간이 몇 년으로 준다’는 식의 단정은 근거가 약하다. 둘째, 물류·교통 최적화처럼 경우의 수가 방대한 조합 문제다. 셋째, 암호와 보안이다.

주의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오류를 교정한 대규모 양자 컴퓨터’가 나온 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지금의 장치는 큐비트 수와 안정성이 부족해, 상업적으로 체감되는 ‘킬러 앱’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은 향후 수년 내 특정 분야에서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지만, 대중 서비스 수준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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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암호, 양자 컴퓨터에 뚫릴까

양자 컴퓨터의 공격 가능성과 비트코인 암호화폐 보안을 상징하는 이미지
비트코인 서명(ECDSA)은 이론상 취약하지만, 현실적 위협은 아직 멀다.

비트코인은 secp256k1 타원곡선 기반 ECDSA 서명으로 소유권을 증명한다. 1994년 피터 쇼어가 제시한 쇼어(Shor) 알고리즘은 이런 이산로그·소인수분해 문제를 이론상 무너뜨릴 수 있다.2 그러나 실현 조건이 가혹하다. 논리 큐비트 기준으로 약 2,300~2,600개가 필요하다는 추정이 있고, 각 논리 큐비트를 오류 없이 유지하려면 수천 개의 물리 큐비트가 붙는다. 서식스대 연구진은 ECDSA를 몇 시간 내 깨려면 약 1,300만~3억 개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2 현재 최전선 칩이 100큐비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수만 배 이상이다.

정리하면 비트코인 암호는 이론상 취약하지만 현재로선 안전하다. 위협이 현실화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다수 전망은 그보다 더 뒤로 본다.3 게다가 그동안 방어 기술도 발전한다. 미국 NIST는 2024년 8월 양자내성암호(PQC) 표준 FIPS 203·204·205를 확정했고, 각국·기업은 이 표준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4 비트코인 역시 서명 방식을 양자내성 알고리즘으로 바꾸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즉 ‘뚫느냐’보다 ‘방어 전환이 제때 이뤄지느냐’가 실질적 관건이다.

왜 아직 상용화가 안 됐나 — 오류와 극저온

극저온 냉동 시스템 내부에서 동작하는 양자 컴퓨터 큐비트 연구 장비
초전도 큐비트는 절대 영도(-273.15°C)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만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가장 큰 벽은 오류다. 큐비트는 온도·진동 같은 미세한 교란에도 양자 상태를 잃는다(결어긋남). 그래서 다수의 물리 큐비트를 묶어 하나의 ‘논리 큐비트’로 만들어 오류를 교정하는데, 이 오버헤드가 막대하다. 구글 윌로우는 큐비트를 늘릴수록 오류가 오히려 줄어드는 ‘문턱 이하(below-threshold)’ 오류 교정을 실험적으로 보여, 확장 가능한 교정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1 다만 이는 원리 검증에 가깝고, 실용 규모까지는 갈 길이 멀다.

두 번째 벽은 동작 환경이다. 초전도 큐비트는 절대 영도(-273.15°C)에 근접한 밀리켈빈 수준의 극저온에서만 상태가 유지돼, 샹들리에처럼 생긴 희석 냉동기 안에서 돌아간다. 상온 동작 큐비트 연구도 있지만 저마다 다른 약점이 있어 아직 경쟁 중이다. 세 번째는 안정적 큐비트 수의 한계와 정교한 제어의 어려움이다. 이 세 문제가 풀려야 ‘실험실 성능’이 ‘실사용 성능’으로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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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와 한국의 위치

불확실성에도 투자는 몰린다. 맥킨지는 2040년경 전체 양자기술 시장이 최대 약 2,000억 달러 안팎(약 27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이 가운데 양자 컴퓨팅만 2035년 기준 약 280억~720억 달러 규모로 추정했다.6 범위가 넓은 것은 기술 진전·채택 속도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며, 단일 확정 수치로 받아들일 값은 아니다.

한국은 2023년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2035년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2035년까지 민·관 합동 약 3조 원을 투입해 선도국 대비 기술 수준 85% 달성, 1,000큐비트급 양자 컴퓨터 개발, 핵심 인력 2,500명·활용기업 1,200개 육성을 제시했다.7 큐비트 다수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향이 결국 반도체 공정 기술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역량은 유의미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관점 — 목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거점’이다. 양자 선도국들은 대학·연구기관을 축으로 인재를 모으고 산업과 연결한다. 양자 컴퓨팅은 물리학·컴퓨터과학·반도체·전자공학이 섞이는 융합 분야여서, 일상적 교류에서 아이디어가 오가는 연구 환경 없이는 예산만으로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것이 이 분야를 지켜본 관찰이다.

결론 — 과장 대신 이 지표를 지켜보자

양자 컴퓨터는 ‘만능 슈퍼컴퓨터’도, ‘비트코인 즉시 파괴자’도 아니다. 특정 난제에서 지수적 이득을 주지만, 오류·극저온·큐비트 수라는 물리적 벽이 남아 있다. 뉴스의 과장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다음 지표를 관찰하는 편이 낫다.

  1. 논리 큐비트 수 — ‘물리 큐비트’가 아니라 오류 교정된 논리 큐비트가 몇 개까지 늘어나는가
  2. 오류율 추이 — 큐비트를 늘릴 때 오류가 실제로 줄어드는가(문턱 이하 유지 여부)
  3. PQC 전환 속도 — 금융·인증 시스템이 NIST 표준으로 얼마나 이전하는가
  4. 상용 응용 사례 — 신약·소재·최적화에서 고전 대비 검증된 성과가 나오는가

이 네 가지가 함께 움직일 때가 ‘양자 경제’가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되는 시점이다. 특정 연도 단정보다, 지표의 방향을 꾸준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참고 자료

  1. 구글 윌로우 칩(105큐비트)·문턱 이하 오류 교정·10^25년 벤치마크 5분 처리(2024.12) — The Quantum Insider.
    thequantuminsider.com
  2. 쇼어 알고리즘의 ECDSA(secp256k1) 위협·필요 큐비트 추정(논리 ~2,300개, 물리 1,300만~3억 개) — PostQuantum.
    postquantum.com
  3. 비트코인 양자 위협은 관리 가능한 위험·현실화까지 상당 기간 — CoinShares Research.
    coinshares.com
  4. NIST 양자내성암호 표준 FIPS 203·204·205 확정(2024.8) — NIST.
    nist.gov
  5. 고전-양자 하이브리드 컴퓨팅 흐름(맥킨지 개관) — McKinsey.
    mckinsey.com
  6. 양자기술 시장 전망(2040년 최대 약 2,000억 달러·양자컴퓨팅 2035년 280억~720억 달러) — McKinsey.
    mckinsey.com
  7.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발전전략(2035 목표·3조 원·1,000큐비트·인력 2,500명·기업 1,200개, 2023)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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